스포츠조선

최강희호 '닥공 딜레마' 떨쳐내야 해답 나온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9-12 16:52 | 최종수정 2012-09-12 16:53



'닥공(닥치고 공격)'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전매특허다.

전북 감독 시절 K-리그를 제패했고,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매개체가 됐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는 씁쓸했다. 최강희호는 11일(한국시각) 타슈켄트의 파크타코르 센트럴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벡과의 원정경기에서 2대2로 비겼다. 승점 7점(2승1무)으로 A조 1위를 지켰지만 가슴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답답했다.

'닥공의 딜레마'에 빠졌다. 그 중심에 이동국(33·전북)이 있다. '최강희의 남자' 이동국은 '닥공'의 마침표다. 최 감독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2008년 성남과의 계약이 만료됐을 때 손을 잡아 준 은인이 최 감독이다. 눈물이 미소로 번졌다. 재기에 성공했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최 감독이 지난 연말 A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이동국도 전환점을 맞았다. 태극마크와의 잔인한 인연, 그 끝이 보였다. 이동국은 누구보다 최 감독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최 감독도 큰 기대를 걸었다. 현실이었다. 최 감독이 치른 7차례의 A매치에서 모두 출전했다. 진검승부인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과 최종예선 1~3차전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공격 전술의 정점은 이동국이었다.

그러나 우즈벡전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이청용(볼턴)이 15개월 만에 돌아왔다. 박주영(셀타비고)이 7개월 만에 재승선했다. 중앙 미드필더 조합도 변화가 있었다. 구자철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공격형에는 이근호(울산),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하대성(서울)이 포진했다. 최 감독 체제에서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망스러웠다.

이동국은 우즈벡전에서 예상대로 박주영과 김신욱(울산)을 밀어내고 원톱으로 낙점받았다. 후반 14분 우즈벡의 동점골로 빛이 가렸지만 후반 11분 역전골을 터트리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력이었다. 기대이하였다. 이청용과 기성용 하대성 등은 빠른 패싱타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스타일이다. 이동국은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공간을 창출하는 데도 실패했다. 패싱력도 떨어졌다. 간혹 그의 발끝에 볼이 걸렸다. 그 순간 흐름은 끊겼다. 그러나 최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3장의 교체카드를 썼지만 이동국은 끝까지 믿었다.

후반 10분 이청용 대신 김신욱, 29분 이근호 대신 박주영을 투입했다. 최전방 공격수 3명이 함께 공격라인에서 뒤엉켰다. 말그대로 '닥공'이었다. 하지만 악수였다.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공수밸런스가 무너졌다. 측면 플레이는 희미해졌고, 수비라인의 부담은 가중됐다. 공격과 중원, 수비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효과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한국 축구 특유의 컴팩트한 플레이는 실종됐다.

이동국은 장점이 많은 공격수다. 골냄새를 맡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렇다고 고집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기복이 있다. '닥공'과 이동국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유연한 전술 운용이 필요할 때다. 때로는 '닥공'도 버려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