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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닥치고 공격)'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전매특허다.
'닥공의 딜레마'에 빠졌다. 그 중심에 이동국(33·전북)이 있다. '최강희의 남자' 이동국은 '닥공'의 마침표다. 최 감독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2008년 성남과의 계약이 만료됐을 때 손을 잡아 준 은인이 최 감독이다. 눈물이 미소로 번졌다. 재기에 성공했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최 감독이 지난 연말 A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이동국도 전환점을 맞았다. 태극마크와의 잔인한 인연, 그 끝이 보였다. 이동국은 누구보다 최 감독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최 감독도 큰 기대를 걸었다. 현실이었다. 최 감독이 치른 7차례의 A매치에서 모두 출전했다. 진검승부인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과 최종예선 1~3차전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공격 전술의 정점은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우즈벡전에서 예상대로 박주영과 김신욱(울산)을 밀어내고 원톱으로 낙점받았다. 후반 14분 우즈벡의 동점골로 빛이 가렸지만 후반 11분 역전골을 터트리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력이었다. 기대이하였다. 이청용과 기성용 하대성 등은 빠른 패싱타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 스타일이다. 이동국은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공간을 창출하는 데도 실패했다. 패싱력도 떨어졌다. 간혹 그의 발끝에 볼이 걸렸다. 그 순간 흐름은 끊겼다. 그러나 최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3장의 교체카드를 썼지만 이동국은 끝까지 믿었다.
후반 10분 이청용 대신 김신욱, 29분 이근호 대신 박주영을 투입했다. 최전방 공격수 3명이 함께 공격라인에서 뒤엉켰다. 말그대로 '닥공'이었다. 하지만 악수였다.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공수밸런스가 무너졌다. 측면 플레이는 희미해졌고, 수비라인의 부담은 가중됐다. 공격과 중원, 수비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효과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한국 축구 특유의 컴팩트한 플레이는 실종됐다.
이동국은 장점이 많은 공격수다. 골냄새를 맡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렇다고 고집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기복이 있다. '닥공'과 이동국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유연한 전술 운용이 필요할 때다. 때로는 '닥공'도 버려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