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뻔한 일본의 작태는 새삼스럽지 않다.
축구협회는 정면돌파에 앞서 일본에 먼저 고개를 숙이는 악수를 뒀다. 굴욕 이메일을 보냈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운운하며 일본축구협회를 향해 '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사과했다. 온 국민이 경악했고,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 출석해 집중 포화를 맞았다.
여자청소년월드컵이 19일 개막됐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고 했다. 조 회장이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일본을 찾았다. 그는 19일 출국했다. 한국은 이날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1차전(0대2 패)을 치렀다. 22일 이탈리아와 2차전을 관전한 후 돌아올 계획이라고 한다.
조 회장이 일본축구 관계자들을 만나 과연 어떤 얘기를 나눌 것인가. 욱일승천기 우려 때문이라면 오판이다. 현장에서의 대응은 선수단 단장이 하면 된다. 한국 축구 수장이라고 자임하는 그가 일본까지 건너가 해야 할 일은 없다. 만약 욱일승천기 응원이 현실이 될 경우 한국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정상 맞지도 않다. 욱일승천기 응원이 우려되는 경기는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B조의 한국, A조의 일본은 26일 같은 장소(도쿄국립경기장)에서 각각 브라질(오후 4시20분), 스위스(오후 7시20분)와 잇따라 일전을 치른다.
무리해서 갈 필요도 없다. 국제대회 출전 선수단에는 축구협회 부회장급의 단장이 포진해 있다. 이번 대회 원정 단장은 오규상 여자축구연맹 회장이다. 만에 하나 축구협회를 향해 끊이지 않는 질타를 모면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면 '혈세 낭비'다.
조 회장의 '외유'처럼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굴욕 이메일이 불거진 후 일주일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메일 작성을 주도한 김주성 사무총장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한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메일 파문이 협회 내부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김 총장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며 개탄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축구협회 수뇌부의 물갈이 없이는 한국 축구의 미래도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