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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기엔 몸 상태가 너무 좋아
박지성은 지난 시즌 맨유에서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맨유에서 경쟁이 어려웠다. 시즌 막판엔 교체 선수로도 출전하지 못하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맨유와 남은 계약 기간은 2012~2013시즌까지 1년. 명예롭게 '명문' 맨유에서 은퇴하는 쪽도 생각했다. 그러기엔 몸 상태가 너무 좋았다. 지난 7년동안 맨유 선수로 활약하면서 박지성은 단 한번도 구단에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이런 박지성의 태도는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막판 박지성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구단에 털어놓았다. 뛰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박지성의 기준은 분명했다. 몸값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출전 기회를 보장해 주는 팀이 가장 우선시 됐다. 또하나는 대도시 연고팀이었다. 교토 퍼플상가(일본)를 시작으로 PSV 아인트호번(네덜란드), 맨유(잉글랜드)까지 해외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면서 박지성은 '수도승(?)'과 같은 삶을 살았다. 타고난 성격도 있었지만 소속팀 연고지가 하나같이 조용한 타운이었다. 운동장과 집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현역 마지막 생활은 좀 더 활기차게 보내고 싶었던 박지성은 런던에서 생활할 수 있는 QPR에 안착했다.
I love London
아버지 박성종씨는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표정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박지성은 현재 런던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첼시 구장 인근에 임시로 살고 있다. 집에 인터넷 설치가 돼 있지 않다고 한다. 박지성의 일과중 하나는 아이패드를 들고 집 근처 카페에 가는 일이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망중한을 즐긴다. 가끔 박지성을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하는 팬들에겐 친절하게 사인을 해 준다. 한국에서처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이 없기 때문에 팬들에게도 일일이 응대한다. 심지어는 세탁소도 걸어서 혼자 가고, 탬즈강 옆 산책로를 뛰기도 한다.
약속이 있을땐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다. 런던의 상징하는 2층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박성종씨는 "지성이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 지난 10년간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런던에서 즐기고 있다"며 "20대에 이곳에 왔다면 운동에 지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지성이도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런던 생활이 오히려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