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보다 결과 택한 수원, 이게 최선입니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8-19 17:22 | 최종수정 2012-08-19 18:02


◇수원이 서울전에서 보여준 실리축구는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상위 스플릿 리그에서의 성공까지 보장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 6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년 FA컵 16강전에서 수원 스테보가 서울 김진규와 볼을 다투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chosun.com

슈팅수 9대24, 점유율 40대60. 결과는 2대0 승리.

수원 삼성이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쓴 기록이다. 경기 내용은 열세였다. 어느 정도 예견이 됐던 상황이다. 에벨톤C와 서정진 오범석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고, 곽광선과 정성룡은 부상에 발목 잡혔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은 있었다. 수원이 강팀으로 불리는 이유는 다른 팀에 가면 즉시 주전감인 백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라이벌 서울과의 맞대결에서 힘을 보여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서울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중반 이후부터는 서울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비중을 뒀다.

아름다움은 버렸다. 대신 실리를 택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서울전을 마친 뒤 "내용보다는 결과에 비중을 뒀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앞선 대결을 들춰보면 윤 감독의 '서울 공략법'은 실리였다. 지난 4월 1일 안방에서 가진 첫 맞대결에서 수원은 점유율 41대59의 열세 속에서도 2대0 완승을 거뒀다. 오밀조밀하게 치고 나오는 서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냉정함과 파워에서 답을 찾았다. 거칠게 상대를 밀어 붙이면서도 찬스 상황에서 결정을 하는 철저한 실리축구를 택했다. 18일 상암벌에서 가진 서울 원정도 '실리축구 업그레이드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승리를 거뒀다. 집중력이 돋보였다. 서울의 무수한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살렸다. 5개의 유효슈팅 중 2개를 골로 연결했으니, 적중률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충분히 웃을 수 있다. 2010년부터 이어온 소위 '북벌'의 역사를 이어갔다. 라이벌전 6연승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다가올 상위 스플릿 리그를 생각해야 한다. 정규리그 1~8위 팀끼리 홈앤드어웨이로 승부를 가리는 상위 스플릿은 말 그대로 '정글'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등 K-리그에서 한가닥 한다는 팀들이 모인다. 실리축구가 통하리란 보장이 없다. 상위 스플릿에서 한 번 넘어지는 것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 7월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진 부진이 다시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수원의 목표는 오로지 서울을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또 하나의 별을 쟁취하는 것이다. 서울전과 같은 경기력으로는 가슴에 별을 달기 힘들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 뿐이지만, 우승에 아로새긴 이름은 영원하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는 '아름다운 실리'가 수원이 나아갈 길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