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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얄궂다. 사상 첫 올림픽 4강, 종착역은 한-일전이다.
한국은 정반대 입장이다. 더 간절하다. 일본에 두 번째 메달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홍명보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1948년 시작된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도전사는 굴곡의 역사다. 64년간 뼈 속에 남은 상처는 좌절이다.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1948년과 2004년 두 차례 8강에 올랐지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상 세 번째 8강 문을 통과한 런던올림픽이 첫 도전이다. 선택이 없다. 이긴 자에게만 동메달이 돌아가는 외나무다리 혈투다. 패자는 시상대에 서지 못한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메달을 꿈꾸고 여기까지 왔다. 남은 경기는 한 경기 뿐이다.
태극전사들에게는 인생이 걸렸다. 명예와 부를 함께 거머쥘 수 있다. 동메달에 목에 거는 순간 병역에서 자유로워진다. 병역 의무는 신성하지만 축구 선수들에게는 덫이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거나 진출하는데 큰 벽으로 작용한다. 수십억원의 몸값이 왔다갔다한다. 일례로 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기성용(셀틱)은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8일 '아스널이 기성용의 영입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스널이 책정한 이적료는 900만파운드(약 158억원)로 지금까지 나온 기성용의 이적료 중 최고액이다. 그동안 기성용은 러시아의 루빈 카잔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두 팀 모두 이적료로 600만파운드(약 105억원)를 제시했다. 동메달을 따면 몸값은 더 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일본과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지역예선과 평가전에선 12차례 격돌했다. 4승4무4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무게의 추를 먼저 깨는 팀이 동메달의 환희를 누릴 수 있다.
상대가 일본이기에 정신 무장은 더 단단하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유종의 미를 약속했다. 그는 브라질전 후 "일단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해야 한다. 선수들이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할 것이다. 마지막 경기는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구자철도 "일본과의 3-4위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신무장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해왔다.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눈을 돌릴 곳은 없다. 결코 패할 수 없는 최후의 승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