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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얄궂은 한-일전 모든 것이 다 걸렸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8-08 16:34


결승 진출에 도전하는 홍명보호가 7일 맨체스터 올드트라포드경기장에서 브라질과 대결을 펼쳤다. 전반 브라질 호물로에게 선취골을 허용하며 0-1로 경기를 끌려가는 대표팀 선수들이 전반 경기를 마치고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20120807맨체스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

운명이 얄궂다. 사상 첫 올림픽 4강, 종착역은 한-일전이다.

홍명보호가 11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각) 웨일즈의 카디프시티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숙적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0대3, 일본은 멕시코에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나라다. 아픈 과거가 있기에 공존할 수 없다. 15일에는 광복절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도, 일본도 '숙명의 대결'이다.

벼랑 끝에서 성사된 한-일전, 홍명보호의 모든 것이 걸렸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올림픽 축구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개최국 멕시코를 2대0으로 꺾었다. 일본은 44년 만에 두 번째 메달을 꿈꾸고 있다. 그들의 시나리오다.

한국은 정반대 입장이다. 더 간절하다. 일본에 두 번째 메달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홍명보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1948년 시작된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도전사는 굴곡의 역사다. 64년간 뼈 속에 남은 상처는 좌절이다.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1948년과 2004년 두 차례 8강에 올랐지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상 세 번째 8강 문을 통과한 런던올림픽이 첫 도전이다. 선택이 없다. 이긴 자에게만 동메달이 돌아가는 외나무다리 혈투다. 패자는 시상대에 서지 못한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메달을 꿈꾸고 여기까지 왔다. 남은 경기는 한 경기 뿐이다.

태극전사들에게는 인생이 걸렸다. 명예와 부를 함께 거머쥘 수 있다. 동메달에 목에 거는 순간 병역에서 자유로워진다. 병역 의무는 신성하지만 축구 선수들에게는 덫이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거나 진출하는데 큰 벽으로 작용한다. 수십억원의 몸값이 왔다갔다한다. 일례로 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기성용(셀틱)은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8일 '아스널이 기성용의 영입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스널이 책정한 이적료는 900만파운드(약 158억원)로 지금까지 나온 기성용의 이적료 중 최고액이다. 그동안 기성용은 러시아의 루빈 카잔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두 팀 모두 이적료로 600만파운드(약 105억원)를 제시했다. 동메달을 따면 몸값은 더 뛸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는 한국 축구에 새로운 눈을 뜨게했다. 병역 혜택을 받은 박지성(QPR) 이영표(벤쿠버) 등이 유럽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후광 효과로 박주영(아스널) 이청용(볼턴) 기성용 등이 유럽 무대를 밟았다. 런던올림픽 세대는 향후 10년의 한국 축구를 책임져야 한다. 이들의 거취는 한국 축구의 경기력 상승과 직결된다. '병역 혜택'은 막강한 동기부였다.

한국이 일본과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지역예선과 평가전에선 12차례 격돌했다. 4승4무4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무게의 추를 먼저 깨는 팀이 동메달의 환희를 누릴 수 있다.

상대가 일본이기에 정신 무장은 더 단단하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유종의 미를 약속했다. 그는 브라질전 후 "일단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해야 한다. 선수들이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할 것이다. 마지막 경기는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구자철도 "일본과의 3-4위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신무장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해왔다.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눈을 돌릴 곳은 없다. 결코 패할 수 없는 최후의 승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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