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김영권-황석호, 가봉전에 모든 것을 걸어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7-31 22:19 | 최종수정 2012-08-01 09:12


지난 26일(한국시각)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멕시코 수비수와 헤딩 경합을 하고 있는 김영권.
뉴캐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홍명보호 최대 걱정거리는 중앙수비였다.

줄부상에 울었다. 홍정호(23·제주)가 먼저 쓰러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기간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으나, 운명의 신은 본선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18명의 최종명단을 꾸린 뒤에도 부상악령은 떠나가지 않았다. 본선 출국 직전 장현수(21·도쿄)가 연습경기에서 부상했다. 눈물 속에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를 걸어 나갔다. 졸지에 중앙 수비수 두 명을 잃은 홍 감독은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중앙 수비수 부상에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다."

김영권(23·광저우)과 황석호(23·히로시마)가 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클럽과 올림픽팀에서 기량을 인정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호흡을 맞춰 본 경우는 드물었다. 본선이라는 큰 무대에서 흔들릴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뚜껑을 연 결과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난적 멕시코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운 멕시코 공격진을 틀어 막으면서 우려를 한 순간에 털어냈다. 하지만 스위스전에서는 측면 크로스에 대인마크가 풀리면서 허망하게 실점을 했다. 김보경(23·카디프시티)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한 번은 웃었고, 한 번은 울었다.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 넘으면 된다. 8강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는 가봉이 버티고 있다. 가봉은 스위스와 비겼으나 멕시코전에서 완패하며 승점 1(득실차 -2)로 8강행 탈락 위기에 몰려 있다. 멕시코(승점 4·득실차 +2)와 한국(승점 4·득실차 +1), 스위스(승점 1·득실차 -1)에 밀린 B조 최하위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한국에 두 골차 이상 승리를 거두고 멕시코-스위스전의 결과에 따라 기적적으로 8강에 갈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음부루노 가봉 감독은 "올림픽 무대에 계속 서기 위해서는 한국에 세 골차로 승리를 해야 한다"며 동기부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봉은 지난 두 경기서 장단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와 스피드는 갖고 있었으나, 경기 내내 지속되지 않았다. 오밀조밀한 패스보다는 선굵은 플레이를 즐기는 특성도 드러났다. 멕시코전 실점 뒤 보여준 2대1 패스에 이은 공간침투 능력은 충분한 경계 대상이다. 아우바메양(생테티엔)과 노노(음빌리아)가 공격 일선에 선다. 이 중 아우바메양은 개인기와 제공권, 슈팅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로 꼽힌다.

난타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8강행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봉은 초반부터 파상공세에 나설 공산이 크다. 김영권 황석호가 버텨주지 못한다면 의외로 힘겨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비겨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말리전에서 경기 초반 세 골을 내주며 무너졌던 선배들의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

김영권과 황석호 모두 지난 3년간 런던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가봉전은 그간의 노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할 수 있는 발판이다. 모든 것을 걸고 가봉전에 나서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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