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인천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라운드 경기가 열린 대구 스타디움. 0-0으로 맞서던 전반 34분 이진호는 몸을 날렸다. 왼쪽에서 날아온 마테우스의 크로스에 타이밍을 맞추었다. 몸을 던지는 순간 눈을 감았다. 머리에 공이 맞는 느낌만 있었다. 피치 위에 쓰러진 뒤 눈을 떴다. 공은 골망 안에 있었다. 벤치쪽을 향해 달렸다. 모아시르 감독이 서있었다. 품에 안겼다.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모아시르 감독은 이진호를 위로했다. "너는 우리 팀의 최전방이다. 최대한 지원할테니 마음껏 경기를 펼쳐라."
외국인 감독으로 한국에서 적응하는 것으로도 힘들텐데 선수들의 마음까지 헤아려주니 너무나 고마웠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뛰고 또 뛰었다. 결과가 바로 인천전 골이었다. 열심히 뛴 이진호는 6000여 관중의 박수 속에 교체 아웃됐다. 이진호는 "감독님께 골로 보답한만큼 다음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는 골을 넣고 내 특유의 골세리머니인 백텀블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는 이진호의 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인천을 누르고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인천은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