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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수원 삼성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윤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알짜들만 모아보기로 했다. 강원FC에 임대보냈던 올림픽대표 측면 수비수 오재석을 완전히 내줬다. 대신에 강원 중앙 수비의 핵이자 세트플레이 수행 능력까지 갖춘 곽광선을 데려왔다. 느린 발이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수비라인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통곡의 벽' 마토를 떠나보내는 대신 유럽무대를 거쳐 일본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에서 맹활약 했던 수비수 보스나를 아시아쿼터로 영입했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세트플레이 수행 능력, 스피드를 갖춘 팔방미인 보스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황재원을 성남 일화로 보내는 대신 측면과 중앙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조동건을 데려왔고, 브라질 명문 보타포구에서 뛰었던 에버튼도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차세대 측면 공격수 서정진은 화룡점점이었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이자 기존 선수들마저 주전 자리를 위협받는 형국이다. 수원의 터줏대감이자 올 시즌 주장인 수비수 곽희주부터 당장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핵심멤버로 뛰었던 이용래와 오장은, 최성환도 생존경쟁을 펼쳐야 할 처지다. 하태균의 입지도 불안하다. 누가 주전으로 나서도 최강의 전력을 꾸릴 수 있는 상황. 여기에 서정원-고종수라는 든든한 지원군까지 있으니 윤 감독 입장에서는 흐뭇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이런 면모만 봐도 올 시즌 수원은 '우승후보 0순위'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윤 감독은 겸손했다. 김칫국부터 마실 생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직 누가 주전으로 나갈 것이라고 언급할 만한 단계가 아니다. 부산은 역습에 강한 팀이다. 이를 막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승부사 기질까지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 감독은 "지난해 실패를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뼈저리게 느꼈고,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두 번 다시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2012년 K-리그를 향해 진군하는 수원의 목표는 두 글자, 우승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