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앞둔 수원 윤성효 감독의 '행복한 고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3-02 09:19


◇2012년 K-리그 개막을 앞둔 수원 삼성의 윤성효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하지만 무관의 설움을 올 시즌 한 방에 날리겠다는 굳은 결의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10월 26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알사드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앞두고 훈련을 지휘하던 윤 감독이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도하(카타르)=사진공동취재단

윤성효 수원 삼성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올 한 해 농사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첫 경기부터 누구를 베스트11으로 내세워야 할 지 고민스럽다. 그만큼 올 시즌 수원의 전력이 막강하다. 확실한 주전은 골키퍼 정성룡 정도다. 수비라인부터 최전방 공격까지 누굴 내세워도 다른 팀보다 전력 면에서 압도를 한다. 라이벌로 꼽히는 FC서울과 비교해봐도 수원 쪽에 눈길이 간다. 기량과 경험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이유가 있는 선수 구성이다. 지난해 무관의 설움을 한 방에 만회하겠다는 굳은 결의로 다진 전력이다.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울산 현대의 '철퇴'에 일격을 맞았다. 사활을 걸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알사드(카타르)의 비매너축구에 난투극까지 발생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FA컵에서는 주심의 해괴한 판정으로 눈 앞에서 우승컵을 놓치며 땅을 쳤다. 지독하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을 정도로 아쉬운 시즌이었다. 1996년 처음으로 K-리그에 선을 보인 수원이 무관에 그친 것은 1997년과 2007년 단 두 번 뿐이었다. '축구수도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종료와 함께 염기훈과 백지훈이 군에 입대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다. 첩첩산중이었다.

윤 감독은 칼을 빼들었다. 알짜들만 모아보기로 했다. 강원FC에 임대보냈던 올림픽대표 측면 수비수 오재석을 완전히 내줬다. 대신에 강원 중앙 수비의 핵이자 세트플레이 수행 능력까지 갖춘 곽광선을 데려왔다. 느린 발이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수비라인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통곡의 벽' 마토를 떠나보내는 대신 유럽무대를 거쳐 일본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에서 맹활약 했던 수비수 보스나를 아시아쿼터로 영입했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세트플레이 수행 능력, 스피드를 갖춘 팔방미인 보스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황재원을 성남 일화로 보내는 대신 측면과 중앙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조동건을 데려왔고, 브라질 명문 보타포구에서 뛰었던 에버튼도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차세대 측면 공격수 서정진은 화룡점점이었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이자 기존 선수들마저 주전 자리를 위협받는 형국이다. 수원의 터줏대감이자 올 시즌 주장인 수비수 곽희주부터 당장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핵심멤버로 뛰었던 이용래와 오장은, 최성환도 생존경쟁을 펼쳐야 할 처지다. 하태균의 입지도 불안하다. 누가 주전으로 나서도 최강의 전력을 꾸릴 수 있는 상황. 여기에 서정원-고종수라는 든든한 지원군까지 있으니 윤 감독 입장에서는 흐뭇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이런 면모만 봐도 올 시즌 수원은 '우승후보 0순위'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개막전부터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팀 부산이 수비수 줄부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 급히 베테랑 수비수 박용호를 수혈하면서 응급처방을 했으나 수원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수원을 애를 먹었던 부산의 전력이라고 보기 힘들다. 수원 선수단 입장에서는 자신감이 넘칠 만하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윤 감독은 겸손했다. 김칫국부터 마실 생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직 누가 주전으로 나갈 것이라고 언급할 만한 단계가 아니다. 부산은 역습에 강한 팀이다. 이를 막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승부사 기질까지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 감독은 "지난해 실패를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뼈저리게 느꼈고,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두 번 다시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2012년 K-리그를 향해 진군하는 수원의 목표는 두 글자, 우승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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