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은퇴 안정환 "마음은 2002년, 몸은 2012년"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2-01-31 11:16


◇안정환이 영원히 축구화를 벗었다. 31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안정환이 선수 시절을 회상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반지의 제왕' 안정환(36)은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수 차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말은 뚝뚝 끊어졌다. 특히 아내, 가족, 팬들이라는 말이 나올 때는 목이 메었다. 31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한 안정환은 그렇게 30분 넘게 눈이 퉁퉁 부은 채 자리를 지켰다.

안정환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나는 행복한 선수다. 월드컵을 세번이나 뛰었다. 나는 행운아다. 선수로서 최고의 순간을 누렸다. 오늘이 '선수 안정환'으로 불리는 마지막 날이지만 받은 사랑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1998년 K-리그 부산에 입단해 일본, 이탈리아, 독일, 중국 등을 누빈 14년 세월. 이날 말쑥한 정장 차림의 안정환은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안정환은 "당분간 쉬고 싶다. 나만을 위해서 아내가 많이 희생했다. 이제는 아내를 많이 도와주고 싶다. 예전부터 유소년 축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런 쪽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경기에 대해선 "물론 뛰고 싶다. 하지만 지금 시점은 한국축구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다. 개인적인 바람 때문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뛴다는 것이 한국 축구에 해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욕심을 접었다"고 밝혔다.

불우했던 학창시절에 대한 생각은 부정보다는 오히려 긍정이었다. 안정환은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런 부분이 나한테는 지금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힘을 줬다. 편한 생각을 하고 편하게 생활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지금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안정환이라는 생활을 만들어줬던 계기였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중학교 2학년 때 프로축구경기장에 볼보이를 하러 갔다가 당대 최고 선수였던 김주성(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를 꼽았다. 안정환은 "처음 프로축구 경기장 찾았을 때 김주성 선배 사인을 받으로 갔는데 사인을 안 해주고 그냥 갔다. 충격을 받았다. TV에서 본 대스타였다. 그렇게 나도 본받고 싶었다. 아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내 이혜원씨와는 전날(30일)밤 아무 말도 나누지 못했다고 했다. 안정환은 "골을 넣고 키스하던 반지는 지금 아내가 목걸이로 사용하고 있다. 어제는 사실 일찍 잘려고 했으나 서로 누워서 얘기를 한마디도 못했다. 마음이 아팠다. 아내도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아마 울면서 잠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안정환은 "더 뛰고 싶다. 하지만 마음은 2002년이지만 몸은 2012년이다. 지금이 떠날 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은퇴 기자회견장에는 안정환의 팬클럽 회원들도 찾아와 눈길을 끌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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