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승강제 해법, 고개드는 승부조작의 망령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1-13 12:03 | 최종수정 2012-01-13 13:48


◇지난달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시도민구단의 반발로 강등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했다.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는 정몽규 프로축구 총재. 스포츠조선 DB

대전 시티즌 13명, 상무(광주 연고지 시절) 13명, 대구FC 6명, 인천 유나이티드 5명, 경남FC 2명….

승부조작에 연루된 시도민구단들의 선수 숫자다. 선수들은 K-리그에서 뛸 자격을 영구박탈 당했고, 구단도 관리 소홀로 징계를 받았다. 불과 수개월 전의 얘기다.

상처는 남았다. K-리그는 여전히 위기의 길목에서 탈출을 꿈꾸고 있다. 곡예비행 중이다. 하지만 시도민구단의 뇌리에 절박함은 없는 듯하다. 승부조작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등제 도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열악한 재정으로 어럽게 살림을 꾸리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생떼'는 공멸하자는 것이다. 강등제 도입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한다. 방법론에선 생각이 다르다. 시도민구단들은 '상무+1개팀 강등안'을 주장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실무회의와 공청회 등을 통해 그린 1부 리그 12개팀, 2부 리그 8개팀 운영안과 충돌한다.

시도민구단들의 안은 시작도 하기 전에 판을 깨자는 것이다. K-리그는 승부조작으로 이미 하향평준화 됐다. 이번에는 강등제를 후퇴시켜 자기들의 실속만 챙기면 된다는 근시안적 사고로 똘똘 뭉쳤다. 그리고는 2부 리그로 강등될 경우 팀이 해체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상무+1개팀 강등안'으로 첫 발을 떼는 것이라면 굳이 강등제를 시작할 필요가 없다. 프로축구 시장은 그동안 양적 팽창에만 주력했다. 팀이 16개로 늘었다. 그 사이 질적으로는 느슨해졌다. 경쟁이 무뎌져 긴장감은 반감됐다. 구단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 몇몇 구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K-리그 경기장은 썰렁하기 짝이 없다. 승부조작의 폐해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일반 팬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서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승부의 묘미는 갱없는 드라마다. '맛보기'식으로 2개팀만 강등시킨다면 효과는 없다. 연맹의 원안대로 적어도 4개팀은 강등시켜야 시장이 반응할 수 있다. 경쟁과 흥미, 긴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적시장을 통한 1부와 2부 리그의 활발한 선수 교류로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강등팀의 희생으로 2부 리그도 튼튼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윈-윈'이다. 한국 축구는 자연스럽게 건강한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승강제는 올해부터 현실화된다. 내년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실시된다. 16개팀이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른 뒤 상위 8개팀과 하위 8개팀으로 나뉘어 홈앤드어웨이로 14경기를 더 치른다. 하부리그의 성적에 따라 몇몇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된다.


연맹은 16일 이사회에 이어 총회를 연다. 승강제 틀은 11명으로 축소된 이사회(연맹 2명, 구단 5명, 대한축구협회 1명, 사외이사 3명)와 19명으로 구성된 총회(연맹 1명, 구단 16명, 축구협회 2명)를 통과해야 한다. 연맹의 입장은 원론적이다. 박용철 홍보·마케팅부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각 구단의 입장을 듣고 있다. 이사회와 총회에서 종합적인 논의를 통해 강등팀 숫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K-리그는 내년 30주년을 맞는다. 1세대의 끝이자, 2세대의 시작이다. 승강제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선물이다. 국제 무대에서 K-리그가 인정받기 위해 승강제는 필수다. 이왕 할 것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상무+1개팀 강등안'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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