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황지수, A대표에서 3부리그 거쳐 다시 포항으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1-11 13:59


인도네시아로 출국하는 황지수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천공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나가자 포항 스틸러스~"

포항의 응원가가 귓가를 때렸다. 뭔가 이상했다. 스틸야드가 아니었다.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이었다. 전광판에는 '200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적혀있었다. 상대는 알 이티하드였다. 혼란스러울 틈도 없었다. 공이 발 앞으로 왔다. 상대팀 선수를 제쳤다. 슈팅 공간이 열렸다.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상대 골문 구석으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따르르르릉!'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땀이 흘렀다. 꿈이었다. "이런…."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황지수(32·포항)였다.

황지수는 잘 나갔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의 주전 미드필더로 맹활약했다. 힘이 넘치고 터프한 플레이로 '한국의 가투소'라고 불렸다.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하지만 황지수의 축구인생은 2009년 10월까지였다. 병무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병역시기를 잘못 조율했다. 감독의 요청에 따라 병역을 연기하다 상무와 경찰청 입대시기를 놓쳤다. 포항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채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포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소식도 훈련소에서 들었다. 기간병이 살짝 귀띔해주었다. 기쁜만큼 아쉬움도 컸다. 그날 이후 아시아챔피언스결승전에서 뛰는 꿈을 자주 꾸게 됐다.

경기도 동두천 광암동사무소에 배치됐다. 각종 문서 복사와 관내 독거노인들에게 쌀을 배달했다. 축구를 놓을 수 없었다. 3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양주시민축구단에 합류했다. 일과가 끝나면 팀훈련에 참가했다.

쉽지 않았다. K-리그와는 훈련이나 경기 수준에서 차이가 있었다. 일주일에 3번 훈련했다. 나머지 시간은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피곤했지만 포항에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다.

양주시민축구단에서 2년간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2010년에는 4강, 2011년에는 준우승을 이끌었다.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작년 10월 소집해제를 한달 앞두고 포항으로 돌아왔다. 공익근무요원 기간 내내 쓰지 않고 모은 휴가 덕택이었다. 2군 훈련부터 뛰었다. 2년간 챌린저스리그에서 뛴 효과가 있었다. 일주일정도 있으니 몸이 올라왔다. 11월 울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1군에 올랐다. 최종 출전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포항은 황지수에게 3년 재계약을 제시했다. 고마웠다. 바로 사인했다. 팀의 휴가 기간 내내 집근처 헬스클럽에서 살다시피했다. 효과가 컸다.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한 것 같다. 예전처럼 올 시즌 포항의 허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인도네시아 전지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황지수에게는 목표가 있다. 꿈에서만 뛰어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는 것이다. 꿈에서 날린 슈팅의 성공여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2010년 6월 결혼한 아내와 15개월된 딸에게 멋진 남편, 아빠가 되고 싶다.

황지수는 11일 팀과 함께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2년만에 스타트라인에 다시 서게된 황지수는 "K-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꼭 하고 싶다. 꿈에 그렸던 K-리그 무대인만큼 이 한몸 모두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공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