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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팬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베테랑 전력을 모두 끌어모은 강원의 수완이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은중 영입을 시작으로 줄줄이 선수를 보강했던 강원인 만큼, 내친 김에 설기현까지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직 100%라고 보기 힘든 팀 전력도 기대감을 품는 이유다. 강원은 김은중과 김명중을 보강해 중앙 공격에 무게감을 한층 더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측면 공격에는 실마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윙어인 설기현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다.
설기현도 내심 강원행을 바라볼 만하다. 대의명분이 있다. 설기현은 '강원도의 아들'이다.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성덕초-주문진중-강릉상고를 거치며 성장한 강원도 대표 축구스타다. 강원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자신을 키워준 고향의 성원에 봉사하는 차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강원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한 이을용은 "그라운드에서 만날 때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설)기현이에게 '너도 나(이을용은 강원도 태백 출신)처럼 고향팀에 와서 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했는데, 언젠가는 오겠다고 했다"고 밝히면서 설기현의 강원행을 점치기도 했다. 이근호와 김승용을 동시에 보강하면서 측면 주전경쟁이 치열해진 울산에 비해 강원은 여유가 있는 안정된 무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설기현이 강원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0%다. 설기현이 울산에 제시한 재계약 조건은 2년 계약에 연봉 7~8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 입장에서는 2년 계약은 그렇다 쳐도, 기존 선수 4~5명 분의 연봉을 한 명에게 몰아주기는 힘든 입장이다. 아직 전력 보강이 끝나지 않은 강원의 팀 사정상 설기현에게 올인하기에는 부담감이 크다. 강원 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어 설기현을 바라보는 눈길이 애처롭다. 복수의 강원도 축구계 관계자들은 "설기현이 백의종군의 심정을 갖지 않는 한 강원 유니폼을 입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