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에 이어 맨시티까지, 혼돈의 EPL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1-02 10:59 | 최종수정 2012-01-02 11:02


사진캡처=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안갯속에 빠졌다.

순위표를 주도해야 할 선두권팀들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31일(이하 한국시각) 2위 맨유가 홈에서 최하위 블랙번에 2대3으로 충격의 패배를 당한데 이어, 2일 최강 맨시티마저 15위 선덜랜드에 0대1로 발목을 잡혔다. 우승싸움을 펼치는 1, 2위팀이 같은 라운드에서 함께, 그것도 하위권팀들에게 패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맨유와 맨시티에 이어 첼시도 1일 홈에서 애스턴빌라에 1대3으로 무너지며 5위까지 추락했고, 리버풀도 좀처럼 6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위권들의 동반 패배로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챔피언스리그 티켓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여타 유럽리그와 다르게 크리스마스 휴식기가 없는 EPL은 박싱데이(Boxing Day·성탄절 다음날인 12월 26일)를 기점으로 새해 첫주까지 사흘마다 경기를 펼치는 살인적인 일정을 치른다. 시즌 중반 이같이 치열한 일정을 치르다보니 그 팀이 가진 진정한 힘을 파악할 수 있다. 순위표 역시 시즌 종료 후와 비슷한 위치로 자리잡아간다. 이 기간에 강등권(18~20위)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 2부리그로 추락한다는 법칙도 있다. 그래서 '박싱데이 기간이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고들 한다.

빡빡한 일정 탓에 아무래도 스쿼드가 두터운 빅클럽들이 전적으로 유리하다. 더블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는 빅클럽들은 주전급 백업자원을 이용, 죽음의 일정을 넘겼다. 그러나 올시즌은 다른 분위기다. 맨유는 부상러시, 첼시는 가용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체력 저하, 리버풀은 득점력 부재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유의 경우 팀의 핵심인 네마냐 비디치, 대런 플레처 등을 비롯 10명 이상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블랙번전에서 마이클 캐릭을 중앙 수비수로, 박지성과 하파엘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변칙 카드를 꺼내야만 했다. 첼시는 플로랑 말루다, 페르난도 토레스 등이 부진을 겪고 있어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주전들이 체력저하를 겪으며 4경기에서 3무1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리버풀은 에이스 루이스 수아레스의 8경기 출전정지 징계와 '3500만파운드(약 625억원)의 사나이' 앤디 캐롤의 부진 등으로 공격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맨시티의 독주속에 전반기를 보낸 EPL은 이변의 박싱데이 기간을 보내며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어느 한경기 허투로 보낼 수 없다. 한숨 돌릴틈도 없이 유럽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와 FA컵도 이어진다. 과연 최후의 웃는자는 누가 될지.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첫번째 단계였던 박싱데이 기간은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은채 지나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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