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이영표의 밴쿠버행 '비하인드 스토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2-27 14:29 | 최종수정 2011-12-27 14:29


◇미국 메이저리그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한 이영표가 27일 서울 광화문 가든플레이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영표가 밝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광화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난 2년간 이영표(34·밴쿠버)는 중동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랐다.

2009년 도르트문트를 떠나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 입단할 때만 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아시아 최고의 풀백이라는 찬사는 여전했지만, 중동의 특수성이 만만치 않은 장벽으로 떠올랐다. 무더운 기후와 폐쇄적인 환경, 부진을 견디지 못하는 중동축구 특유의 조급증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영표는 알 힐랄의 붙박이 주전으로 팀을 리그 2연패로 이끌면서 찬사를 받았다.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두 시즌간 리그 전경기를 소화하는 강철체력으로 '철인'이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이영표는 2010~2011시즌이 마무리 된 후 미련없이 보따리를 싸 귀국했다. 알 힐랄은 간곡히 재계약을 요청했지만, 이영표는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사인 지쎈의 김동국 대표이사는 이영표가 밴쿠버에 입단하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김 대표이사는 27일 서울 신문로 가든플레이스에서 가진 이영표의 밴쿠버 입단 기자회견에서 "K-리그와 유럽 5~6개 팀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알 힐랄은 사우디축구 역대 최고의 용병으로 꼽힌 이영표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영표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이영표가 은퇴한다더라'는 소문을 흘리기도 했다. 행여나 타 팀으로 이적할까봐 걱정이 많았다. 실제로 예전에 이천수(30·현 오미야)가 뛰기도 했던 알 나스르에서는 백지수표를 건네면서 원하는 금액을 쓰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사우디를 떠나기로 결심을 굳힌 상태였기 때문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이사는 "사실 이영표의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로웠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이영표는 향후 스포츠행정가 과정을 밟기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영어권 국가의 리그에 가족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당초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리그를 새 행선지로 정했던 이유 중 하나다. 국내에 머물고 있던 중 K-리그 팀들의 적극적인 러브콜도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이영표는 "말이 통하고 생각이 같은 선수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프로야구에서 박찬호(한화 이글스)가 복귀하는 모습을 보고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K-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내가 더 공부를 해서 더 크게 K-리그와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내 복귀를 결정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미국 메이저리그축구(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행선지로 결정된 배경은 앞서 이영표가 제시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이사는 "밴쿠버는 환경도 뛰어나고 미국과 가까워 은퇴 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도 된다. 이영표의 마지막 기착지가 될 만한 요건을 충족했다"고 했다. 이영표는 "밴쿠버는 최초에 4년 계약을 제시했다. 내 나이를 잘못 알고 있는 줄 알았다"고 웃으면서 "그만큼 적극적이었다. 최소 2년 계약을 요구해 1년 계약에 1년 옵션(1+1) 계약을 했다. 사실 지인들이 영국보다 미국을 추천할 때는 갸웃했는데, 실제 밴쿠버에 가서 너무 놀랐다. 왜 추천을 했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영표는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축구 인생 중 가장 많은 팀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던 시간이었다"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밴쿠버에 입단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더 많은 것을 배워오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영표는 내년 1월 말까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가 팀의 미국 전지훈련에 합류할 계획이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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