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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와 꼼수란 단어는 한 글자 차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다르다. 대한축구협회가 삼고초려 끝에 최강희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힌 것은 묘수인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꼼수가 넘쳤다.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임시방편이요, 협회의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낸 촌극이었다.
원래 대한축구협회의 시나리오 속에 외국인 감독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부터 최강희 감독이 최우선 순위였다. 조중연 축구협회장과의 인연을 무기로 최 감독을 선임하려 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 경질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비난에 직면했고 최 감독의 감독직 고사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최 감독 설득 과정에 시간이 필요했지만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꺼내든 것이 외국인 감독 카드였다. 최 감독 선임이 끝내 실패했을 경우, 고려해볼 카드였을지는 몰라도 최 감독이 존재하는 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플랜 B'였다.
그동안 협회의 일처리를 놓고 보면 이러한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 황보 위원장이 밝힌 대표팀 감독의 조건을 살펴보자. 단기간 전력 극대화 풍부한 경험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 대한민국 축구 현실에 대한 감각 대표팀 지도 경력 등의 조건을 갖춘 감독이 1순위다. 이 중 대한민국 축구 현실에 대한 감각에 주목해봐야 한다. 이 조건을 토대로 감독 선임 작업을 했다면 외국인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현실에 대한 감각이 있을리 만무하다.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 역시 국내파 감독이 외국인 감독보다 앞서면 앞섰지 뒤처지지는 않는다. 풍부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감독보다 국내 감독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이밖에 외국인 감독 카드가 애초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당장 내년 2월에 월드컵 최종예선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쿠웨이트전이 있는데 단기간 내에 선수단의 특성을 파악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최소 20억원을 상회하는 연봉도 큰 걸림돌이었다. 이들을 보좌할 코치와 통역사, 한국 체재비용도 엄청나다. 마지막으로 단시간에 적합한 인물을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예전처럼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재 풀'을 가동하고 있지도 않았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애초부터 힘들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