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축구협회, 외국인 감독 운운한건 꼼수였나?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2-21 14:22 | 최종수정 2011-12-21 14:49


21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협회 제6차 기술위원회가 열렸다.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책임질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을 선임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계약기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난처해 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묘수와 꼼수란 단어는 한 글자 차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다르다. 대한축구협회가 삼고초려 끝에 최강희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힌 것은 묘수인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꼼수가 넘쳤다.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임시방편이요, 협회의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낸 촌극이었다.

꼼수의 발단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발언이었다. 13일 첫 기술위원회를 마친 황보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운이 좋게도 스티브 브루스, 세뇰 귀네슈, 에릭손 등 나름대로 이름값이 있는 외국인 감독들이 움직였다. 최근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을 보였다. 약 10여명에 가까운 후보군이 난립했고 일부는 대한축구협회에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순식간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축구협회가 21일 최강희 전북 감독을 대표팀으로 선임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왜 많은 지원자가 나온 외국인 감독 카드를 급히 접었을까. 그 속에는 어떤 꼼수들이 존재했을까.

원래 대한축구협회의 시나리오 속에 외국인 감독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부터 최강희 감독이 최우선 순위였다. 조중연 축구협회장과의 인연을 무기로 최 감독을 선임하려 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 경질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비난에 직면했고 최 감독의 감독직 고사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최 감독 설득 과정에 시간이 필요했지만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꺼내든 것이 외국인 감독 카드였다. 최 감독 선임이 끝내 실패했을 경우, 고려해볼 카드였을지는 몰라도 최 감독이 존재하는 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플랜 B'였다.

그동안 협회의 일처리를 놓고 보면 이러한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 황보 위원장이 밝힌 대표팀 감독의 조건을 살펴보자. 단기간 전력 극대화 풍부한 경험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 대한민국 축구 현실에 대한 감각 대표팀 지도 경력 등의 조건을 갖춘 감독이 1순위다. 이 중 대한민국 축구 현실에 대한 감각에 주목해봐야 한다. 이 조건을 토대로 감독 선임 작업을 했다면 외국인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현실에 대한 감각이 있을리 만무하다.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 역시 국내파 감독이 외국인 감독보다 앞서면 앞섰지 뒤처지지는 않는다. 풍부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감독보다 국내 감독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여론 무마용'이라는 비난에 황보 위원장이 직접 입을 열었지만 의혹만 증폭시켰다. "국내외 감독을 대상으로 검토 작업을 펼쳤다. 외국인 감독과 구체적으로 금전적인 부분까지 얘기가 오갔다. 이 와중에도 최우선 순위인 최 감독을 설득했고 지난 19일에 승낙을 받아 최종 결정했다." 정황만 있다. 외국인 감독의 정체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다. 금전적인 얘기까지 나눴다면 큰 틀에서는 합의를 봤다는 얘기인데 기술위원회를 소집한 이후 한 번도 외국에 나가지 않은 황보 위원장이 외국인 감독을 만나보지도 않고 협상을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동안 외국인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을 봐도 한 번의 만남 없이 계약을 한 적은 없었다.

이밖에 외국인 감독 카드가 애초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당장 내년 2월에 월드컵 최종예선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쿠웨이트전이 있는데 단기간 내에 선수단의 특성을 파악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최소 20억원을 상회하는 연봉도 큰 걸림돌이었다. 이들을 보좌할 코치와 통역사, 한국 체재비용도 엄청나다. 마지막으로 단시간에 적합한 인물을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예전처럼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재 풀'을 가동하고 있지도 않았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애초부터 힘들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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