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구단의 한 목소리, 진짜 속셈은 따로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2-21 12:12 | 최종수정 2011-12-21 12:12


◇K-리그 승강제가 일부 시·도민구단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축구계의 시선은 차갑다.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20일 서울 신문로 축귀회관에서 열린 2011년 K-리그 제4차 이사회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잘 나가던 K-리그 승강제 논의가 삐그덕 대고 있다.

6개 시·도민구단 (인천, 경남, 광주, 대전, 강원)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K-리그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9일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K-리그 전체구단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형식적 실무자 회의를 토대로 리그 승강제를 관철시키려는 행정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구단이 주도하는 승강제에 반대하며, 1~2부리그 간 형평성 제고와 발전대책 마련, 지자체·언론·기업과의 공청회 과정을 거치자고 제안했다. 2012년 K-리그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에서 하부리그의 2부 강등팀 숫자 조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축구계의 시선은 차갑다. 정작 이들의 주장에는 다른 속셈이 있다는 분위기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시·도민구단이 다른 구단까지 규합해 몸집을 불려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들고 일어난 시·도민구단이 모두 똑같은 상황이 아니다. 재정적으로 튼튼하고 착실하게 승강제에 대비하는 팀들이 있다"면서 "그런데 일부 구단 수뇌부가 이상한 논리를 앞세워 이익을 취하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부분의 시·도민구단이 완납하지 못한 K-리그 가입금 10억과 축구발전기금 30억을 2부 강등 조건으로 탕감 받자는 조건을 내걸어 구단들을 끌어 모았다는 것이다. 현재 6개 시·도민구단 중 K-리그 가입금과 축구발전기금을 완납한 구단은 광주FC 한 팀 뿐이다. 이미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일부 기업구단은 20일 이사회 자리에서 시·도민구단이 같은 주장을 펼치자 "미납금부터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입금과 축구발전기금 액수는 매년 불거졌던 문제다. 그러나 광주의 예에서 보듯이 체계적인 구조와 노력으로 접근을 하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증명됐다. 기업구단 쪽에서는 '시·도민구단이 창단시부터 매년 조금씩이라도 미납금을 내는 노력을 했었다면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강등팀 숫자 조정도 지난해 공청회부터 현재까지 진행됐던 실무자 회의에서는 조용하다가 이제와서 목소리를 내는 부분에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대세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도민구단들도 입장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일부 구단은 승강제 시행을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잔류라는 명분 하에 전력 보강에 힘을 쏟을 수 있는 만큼 내년 시즌을 기회로 삼겠다는 팀도 있다. 기업구단과는 다른 형태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함께 행동을 했을 뿐, 무조건 승강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 한 배를 탄 현재 분위기 탓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비난의 화살이 이번 논란을 주도한 구단 쪽으로 쏠리고 있다. 금전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팀의 자존심을 땅에 내팽겨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구단 측은 이전에도 수뇌부가 '2부로 강등되면 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승강제가 기틀을 잡아가면서 새롭게 창단해 2부리그부터 시작한 팀에게 진입장벽을 낮추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2부로 강등될 시 팀을 해체하고 재창단하게 되면 미납금 문제는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목소리도 냈다. 시민주 공모를 통해 설립된 구단을 이끄는 이들이라고 볼 수 없는 처사다.

프로연맹 이사회는 1월 초 다시 개최될 예정이다. 프로연맹 측은 "1월 내에는 문제의 매듭을 짓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3월 3일 K-리그가 개막되는 만큼, 스플릿 시스템을 통한 강등팀 숫자 결정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다. 시·도민구단 단장, 사장들은 20일 이사회를 마치고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향후 입장 정리를 했다. 이들이 어떤 결론을 냈는지는 향후 행보를 주목하면 알 수 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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