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베테랑 3인방이 보여준 '눈 치우기의 정석'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2-15 18:33 | 최종수정 2011-12-16 07:41


◇강릉시에 위치한 강원FC 클럽하우스에는 영동지역을 휩쓴 폭설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제공=강원FC

겨울이 되면 강원도는 '설국'이 된다.

산간지방의 특성상 겨울철 폭설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강원도의 눈은 예로 부터 보는 이에게는 겨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절경 중 하나다. 그러나 강원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쌓인 눈 탓에 그렇지 않아도 힘든 외부 진출이 힘들어지고 급기야 고립이 되는 일도 허다하다. 갖가지 대비책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무력했다. 때문에 강원도민들은 스스로 눈과 맞서는 지혜를 일찍이 터득한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강원FC도 폭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3월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가진 FC서울과의 개막전에서는 그라운드가 온통 눈으로 뒤덮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겨울 기간 클럽하우스 인근 도로가 빙판길이 되거나 눈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강원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강원도 태생인 수비수 배효성(29·태백)과 박우현(31·속초), 미드필더 이정운(31·삼척)이다.

사연은 이렇다. 강원도 태생인 이들은 최근 선수단 외출 기간 클럽하우스에서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고향집에 부모님이 그대로 거주 중이기 때문에 출퇴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리그 후반기(박우현, 이정운)와 최근(배효성) 강원 유니폼을 입은데다, 베테랑이라는 사명감이 클럽하우스에 잔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훈련 중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도로가 막힐 정도로 눈이 쌓이는 일이 벌어졌다. 매년 반복되던 일이었다. 이들은 주저없이 설삽과 빗자루를 들고 도로로 나가 눈을 말끔히 치웠다. 외출에서 복귀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강원도 출신 선배들이 오니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상호 감독은 "항상 축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먼저라고 강조했는데, 귀찮아 할 일을 먼저 나서서 하는 것을 보니 내가 사람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베테랑 3인방의 활약 덕에 눈은 언제 왔느냐는 듯 깨끗하게 치워졌다. 선수들은 "강원도 출신이 역시 틀리긴 틀리다"고 혀를 내둘렀다.
강원은 2011년 내내 매서운 추위에 떨어야 했다. 30경기에서 고작 3승에 그친 부진 탓에 제대로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 종료가 무섭게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이적시장을 주도한 뒤부터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강원의 2011년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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