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리그(2군리그) 폐지는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축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R-리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총재의 뜻이다"고 밝혔다. 존폐 위기에 몰렸던 R-리그(2군 리그)가 내년시즌에도 계속 진행된다. 단, 참여하고 싶은 구단들만 모여 리그를 펼치는 자율시행제로 바뀔 전망이다. 몇몇 시민구단들을 제외한 12~13개팀 정도가 자체 리그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R-리그의 기본 취지는 1군 경쟁력 강화다. 음지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젊은 선수들을 키워 전력에 도움을 주자는 의미였다. 그러나 효율성의 지적이 일었다. 특히 2013년 승강제 실시에 대비해 대부분의 구단들이 몸집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으로 R-리그 운영이 사실상 힘들어 보였다.
이 영향은 9일 2012년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 고스란히 불어닥쳤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469명의 지원자 중 총 117명(25%)만 지명됐다. 지난해 추가 지명선수를 제외한 우선지명과 현장 드래프트에서 총 146명(29.3%)이 지명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들었다. 드래프트 3라운드부터 지명을 포기한 구단들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동국대 수비수 조영훈(22)은 전체 1순위로 대구F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구단들은 취업률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 R-리그 폐지와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R-리그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동안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울산은 R-리그의 존폐 여부에 상관없이 많은 선수들을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맹과 대학 측의 자존심 싸움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R-리그 폐지 움직임에 뿔난 대학은 일부 좋은 선수들을 일본 등 해외로 일찌감치 보냈다. 이에 연맹은 "뽑을 선수가 없다"고 불만섞인 얘기를 했다. 연맹-대학간 소통부재도 드래프트 흉작을 야기시켰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