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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끝에 승리했지만 한국 A대표 수비수 이정수(카타르 알 사드)는 맘껏 기뻐할 수 없었다. 이정수의 심정은 복잡 미묘했을 것이다. K-리그 수원 삼성 출신으로 전북 현대와의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마주한 이정수는 전북 팬 입장에선 적군이었다.
이정수는 이번 대회 수원 삼성과의 4강 1차전에서 난투극을 보다 못해 스스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비신사적으로 골을 넣었기 때문에 팀 동료들에게 한 골을 내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팀에 미운 털이 박히기까지 했다.
이정수의 알 사드는 수원을 꺾고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마주했다. 또 이정수는 선발 중앙 수비수였다. 이정수를 더욱 힘들게 한 순간은 2대2에서 들어간 승부차기였다. 포사티 알 사드 감독은 이정수를 3번째 키커로 넣었다. 이정수의 표정은 무척 난처해보였다. 전북 서포터스는 이정수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이정수의 발을 떠난 킥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전북 팬들은 환호했고, 이정수는 고개를 숙였다.
결국 이정수를 뺀 알 사드 4명의 선수가 킥을 성공시키면서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우승 세리머니 동안 이정수를 뺀 알 사드 선수 전원이 춤을 추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헹가래를 할 때도 이정수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정수는 맨 뒤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이정수는 이번 결승전에서 맘고생이 가장 심했던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