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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세' 서정진, 그의 발엔 4cm 철심이 박혀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1-02 09:27


웃고 있는 서정진. 완산=노주환 기자

더 활짝 웃고 있는 서정진. 완산=노주환 기자

수술 흔적이 뚜렷한 서정진의 오른발. 완산=노주환 기자

팬들은 '서대세'라고 부른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서국대'라고 했다. 요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2011년 K-리그 정규리그 1위 전북 현대의 유일한 국가대표 윙어 서정진(22)을 본 전북팬들은 "야, 국대 지나간다"고 했다. 그때마다 서정진의 반응은 그냥 피식 웃는다.

2008년 전북 현대로 프로데뷔한 서정진은 K-리그 팬들에게 낯설다. 벌써 프로 4년차인데 전북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게 별로 없다. 총 62경기에서 4골(5도움)이 전부다. 서정진도 인정한 부분이다. 대신 그는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빛났다. 2009년 이집트 세계청소년월드컵때 8강 멤버였다. 지난해에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지난달 조광래호의 폴란드 친선경기(2대2 무), 아랍에미리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2대1 한국 승)에서 두 경기 연속 도움(3AS)을 기록했다. 서정진은 두 경기를 통해 한마디로 떴다. 그것도 국가대표 은퇴한 박지성의 7번 유니폼을 입고 날랐다.

서정진은 오른발 피로골절로 올해 7개월을 날렸다. 올초 일본에서 오른발 측면을 찢고 4cm쯤 되는 철심(티타늄 소재)을 박는 수술을 했다. 길게 4개월이면 그라운드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공백이 길어졌다. 아직도 서정진의 발에는 수술 자극이 진했다. 평생 동안 철심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서정진은 왼발도 피로골절이 왔는데 쉬면서 거의 완치가 됐다고 했다.

서정진은 특이하게 양발의 측면에 피로골절이 왔다. 그는 오다리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서정진의 뛰는 모습을 보고 최강희 감독이 지어준 별명이 오다리다. 달릴 때 양 다리가 동그라미 모양을 만든다. 어릴 때부터 그런 자세로 드리블 돌파를 즐겼다. 그러면서 양발의 측면에 충격이 많이 갔다고 한다. 발은 고생했지만 서정진은 K-리그 최고 드리블러 중 한명이 됐다. 서정진은 드리블 돌파 도중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발목꺾기'에 능하다.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연습해 경기 도중 자연스럽게 나온다. 요즘 서정진은 맨체스터 시티의 단신 윙어 다비드 실바(스페인)의 플레이를 주목해서 본다. 종으로 치고 나가는 파괴력 넘치는 드리블 돌파와 감각적인 패스 플레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서정진(1m75)은 실바(1m70) 처럼 키가 크지 않다. 서정진은 대구화원초 4학년 때 형(현 고교 축구부 코치)을 따라 축구를 시작했다. 당시 서정진의 키는 반에서 늘 단신 1·2·3등에 꼽힐 정도로 작았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 1m50이 안 됐다고 했다. 친척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키가 자라는데 도움이 되는 보약을 달고 먹었을 정도다. 그 덕분인지 지금은 1m70을 넘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서정진의 부모 마음은 그렇지 않다. 서정진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요즘도 부모님은 제 키가 작았던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자기 탓은 아니라고 티격태격하세요. 엄마는 1m60이 안 되지만 옛날 사람치고는 보통 키는 된다고 하세요. 그럼 아버지는 나도 1m70인데 작은 편은 아니다고 말씀하시고요." 서정진은 옛날엔 작았던 키가 콤플렉스였지만 지금은 키가 축구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정진은 1일 전북 구단 숙소에서 가진 인터뷰 내내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처음 마주 앉은 낯선 기자가 짖궂은 질문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성격이 낙천적이라고 했다. 그는 "전북에 입단 후 웃는다고 엄청 혼났어요. 감독님이 훈련할 때 그라운드에서 진지해야지 웃으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고 말했다. 서정진의 웃는 얼굴은 서울 보인중과 보인정보산업고 시절 생겼다. 김석한 한국중등연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보인중고에서 볼을 차면서 단 한 번도 체벌을 당하지 않았다. 절대 지도자가 선수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서정진은 "다른 학교 선수들이 우리 학교를 무척 부러워했다.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맘껏 하고 싶은 축구를 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한 해 선배인 현 국가대표 미드필더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죽이 잘 맞았다. 서정진은 "자철이 형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데 빨리 건너오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서정진은 전북에서 더 보여줄게 많이 남았다. 당장 5일 알 사드(카타르)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또 K-리그 챔피언결정전도 있다. 완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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