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이제 골만 넣으면 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27 09:18


사진캡처=볼프스부르크 홈페이지

암울했던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의 분데스리가 생활에 햇살이 비추고 있다.

구자철은 23일 함부르크와의 원정경기(1대1 무)에서 올시즌 최장인 92분간 그라운드를 누빈데 이어, 펠릭스 마가트 감독의 칭찬까지 얻어냈다. 함부르크전에서 원톱 만쥬키치 바로 밑에 포진한 구자철은 날카로운 움직임과 패스로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을 이끌었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도맡아 담당하기도 했다. 마가트 감독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자철은 함부르크전에서 많은 움직임과 민첩함이 돋보였다"고 했다.

마가트 감독이 특정인을 지목해 칭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마가트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다. 선수들과 원만하지 않은 관계 때문에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 뮌헨을 떠난 바 있다. 마가트 감독이 칭찬했다는 것은 그만큼 구자철의 활약에 만족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구자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구자철은 프리시즌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몇차례 테스트를 치렀다. 마가트 감독을 만족시킬만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시즌이 시작되자 좌우 측면,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겉돌았다. 구자철은 미드필드 전지역에서 뛸 수 있지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것을 선호한다.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구자철은 득점력 등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적설이 났던 함부르크도 구자철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봤다.

볼프스부르크는 트래슈-조수에라는 든든한 수비형 미드필더 듀오를 갖고 있지만, 공격진과 미드필드의 연결 고리에 문제가 있다. 야심차게 영입한 흘렙은 무릎부상 중이다.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에 눈길을 돌렸다. 11일 아랍에리미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서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쳐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음에도 구자철을 함부르크전에 전격적으로 출전시켰다. 구자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마가트 감독의 칭찬까지 이끌어냈다.

구자철의 에이전트는 "사실 함부르크 이적설 때 마가트 감독이 구자철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본인도 이것을 믿고 잔류한 것이다. 제 컨디션이 아니라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했지만,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이 자신의 계획 하에 있다고 했다. 함부르크전에서 이를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제 골만 넣으면 된다. 마가트 감독은 칭찬과 동시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여전히 골이 없었다"고 했다. 원톱을 쓰는 볼프스부르크는 팀득점이 10경기에서 12골에 불과하다. 만쥬키치는 6골로 제몫을 다하고 있지만, 바로 밑에 있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구자철의 득점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가트 감독도 구자철이 A대표팀에서 많은 득점을 올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가트 감독의 차가웠던 마음은 어느정도 녹였다. 주전 확보를 위해 강렬한 한방이 필요하다. 팬들도, 구자철 본인도 기다리는 골이 해답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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