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데뷔골,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0-26 14:11


◇박주영이 잉글랜드 무대 두 달여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2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볼턴 간의 칼링컵 16강전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12분 박주영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볼턴전은 박주영이 아스널에 입단한 뒤 잡은 두 번째 기회였다. 8월 30일 아스널과 계약한 박주영은 9월 21일(한국시각) 슈르스버리와의 2011~2012시즌 칼링컵 32라운드에 선발로 나서 70여분을 활약한 뒤 벤치로 물러났다.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출격 명령을 받았다. 박주영은 볼턴전에서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그동안 기회가 적었다는 점에서 보면 분명 데뷔골 시점이 늦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스널에는 판 페르시가 붙박이로 버티고 있는데다 아르샤빈과 월콧 등 쟁쟁한 경쟁자까지 있다. 이런 팀 사정상 애초부터 박주영이 쉽게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조차 프랑스 리그1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간의 차이, 아스널 이적 후 쉽게 기회를 얻지 못했던 티에리 앙리 등의 예를 들면서 박주영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박주영은 볼턴전에서 동료들과 원활한 호흡을 보여주면서 득점까지 연결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벵거 감독이 예상했던 6개월 정도의 시간보다는 빨리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볼턴전을 지켜 본 벵거 감독이 박주영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점에 비춰보면, 볼턴전 득점을 계기로 리그 데뷔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박주영의 미래가 볼턴전 득점을 계기로 100%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도 없다. 볼턴전 득점이 벵거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골이지만, 팀 전력상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간판 공격수 판 페르시가 건재하고 백업 자원들 역시 샤막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박주영이 리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은 상대적으로 좁다. 벵거 감독이 리그 선수 구성을 자주 바꾸지 않는 성향의 감독이라는 점도 참고를 해야 한다. 볼턴이 주전과 비주전을 섞은 멤버로 경기에 임해 직접적인 리그 성공 가능성을 체크하기는 힘들었다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볼턴전에서 박주영은 볼 소유 및 패스 능력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순간 상황 판단에 이은 수비 뒷공간 침투나 몸싸움 면에서는 아직 적응이 덜 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칼링컵 활약을 토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에 만족하고 리그에서는 백업 자원 역할을 맡으며 기회를 늘려가며 실력을 더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스널-볼턴전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스타의 데이비드 우드 기자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리그에서 선발로 나서기 위해서는 판 페르시가 부상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야 한다. 벵거 감독은 볼턴전에서 골 감각을 입증한 박주영을 리그 후반 막판에 교체 카드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런던=이 산 유럽축구 리포터, 박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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