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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전]타깃형 스트라이커, 그리고 이동국 논쟁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11 11:23 | 최종수정 2011-10-11 17:06


이동국이 7일 폴란드전에서 공격을 실패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진 후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어느순간 한국에서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한국의 축구팬들은 안정환(다롄 스더), 박주영(아스널) 등과 같은 테크니션 스트라이커에게는 관대하지만, 타깃형 스트라이커에게는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내민다.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루드 반 니스텔루이(말라가)와 같은 세계적 타깃맨들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느린 스피드, 부족한 돌파 능력, 큰 덩치만을 활용한 플레이 등이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이미지가 됐다.

이동국(전북)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발탁부터 출전 여부, 활용방법까지 이동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그를 둘러싼 논쟁은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대표팀 감독이 바뀔때마다, 이동국의 활약이 두드러질때마다 논란이 이어진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동국이 한국 최고의 공격수이기 때문에, 그가 타깃형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의심할 여지없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다. 올시즌에도 K-리그에서 16골-15도움을 올리고 있다. K-리그 감독들도 이동국이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는데 동의한다. 루이스, 에닝요, 서정진 등은 이동국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그러나 혹자는 직접 골을 만들지 못하고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 줏어먹기만을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라는게 그렇다. 공격자원의 꼭지점에 선 만큼 가장 많은 찬스가 집중된다. 드로그바, 반 니스텔루이 등처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면 좋겠지만,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공간을 만들고, 상대 수비와 부딪히고, 찬스에서 득점을 올렸다면 제 몫을 한 것이다. 타깃맨은 한 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당연히 찬스를 놓치는 횟수도 가장 많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전술적으로 중요한 자리다. 완벽했던 바르셀로나조차 타깃형 스트라이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한 바 있다. 전방에 볼을 넘기는 축구는 확률은 낮겠지만 가장 막기 어려운 루트이기도 하다. 스토크시티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중심으로 한 단순한 축구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물론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전술변화가 불가피하다. 완벽해 보였던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도 주변 자원이 달라지자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이 축구다. 전북의 이동국과 대표팀의 이동국이 달라지는 것은 그를 어떻게 활용하는냐 차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출전시간이나 전술면에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만한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

이동국은 게으르고, 수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민첩한 유럽의 톱클래스 타깃형 스트라이커들에 비해 이동국은 상대적으로 부족해보였다. 이동국은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성에 차지 않는 팬들은 그의 기량을 폄하했다. 사실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깊숙히 수비에 가담할 필요가 없다. 그저 앞선에서 수비수에 부담만 주면 그 역할이 끝난다.


이동국이 올시즌 올린 15도움은 스트라이커로서 그리 달가운 기록이 아니다. 슈팅을 날릴 찬스에서 패스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널 시절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처럼 찬스메이커를 겸한 공격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많은 도움을 올렸다는 것은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그가 지나치게 팬들의 눈을 의식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유럽에서 뛰는 스트라이커들은 이기적이다.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주장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성격과도 연관이 있다. 다른 선수들 대신 내가 넣겠다는 의지가 넘친다. 패스가 오지 않을때 화를 내는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실패가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는 찬스에서 골을 넣으면 된다. 그 확률이 높다면 엄청난 몸값을 받고 빅클럽에 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수비도 잘하고, 멋진 드리블도 구사하고, 골도 넣는 만능형 선수여야 하기 때문이다. '타깃맨' 이동국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축구는 99%의 무의미한 움직임이 아니라 1%의 유의미한 동작이 결정지을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는 99%때문에 이동국의 1%를 뺏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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