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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2010년 대표 이동국과 2011년 이동국 뭐가 달라졌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10-10 14:39


이동국이 폴란드 수비수가 공중볼을 다투고 있는 모습. 상암=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요즘 이동국(전북·32)은 한국축구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K-리그에서는 첫 도움왕(10일 현재 15개)이 유력하고, 통산 115골(올시즌 16골 )을 넣어 리그 최다골(우성용 116골) 기록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15개월 만에 A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조광래 감독이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7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2대2 무)에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전반 45분을 뛰었지만 헤딩슛 하나에 그쳤다. 조광래 감독은 원톱 이동국에 맞춰 공격라인까지 조정했으나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3차전에는 후반 교체 출전이 유력하다.

눈에 익은 장면이다. 그렇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허정무 A대표팀 감독이 이동국을 놓고 고민했던 바로 그 모습이다.


폴란드전 전반전을 마친 이동국이 고개를 떨군채 벤치쪽으로 가고 있다. 상암=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그때도 그랬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펄펄 날았다. 2009년 21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고, 소속팀을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허정무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냉정했다. "동료들이 만들어 준 찬스에서 골을 주워먹는다"고 했다. 최전방에서 움직임이 적은 타깃형 스트라이커 이동국은 강한 압박을 강조하고, 공격수에게 때로는 미드필더 역할과 수비가담까지 원했던 허정무 축구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K-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대표팀의 일원이 됐지만 이동국은 천덕꾸러기 신세, 미운오리새끼였다. 이동국이나 허정무 감독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불편한 동거였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별다른 활약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는데 조커로 두경기, 38분 출전이 전부였다. 이동국으로선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남아공월드컵이었다.


폴란드전 전반 선취골을 내준 후 이동국과 박주영이 허탈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0년 이동국과 2011년 이동국. 비슷한 점도 있고 달라진 것도 있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리그에서 맹활약을 한 것처럼 이동국은 올해도 소속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세레소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는 무려 4골을 쏟아냈다. 절정의 득점감각이다. 허정무 감독과 마찬가지로 조광래 감독도 이동국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이동국을 뽑지 않을 경우 "K-리그 최고의 골잡이를 왜 안 뽑느냐"는 소리가 나올 게 뻔했다.

이동국은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템포, 폭넓은 움직임, 정교한 패스축구와 어울리지 않는다. 제로톱(최전방에 붙박이 공격수를 두지 않고 3~4명의 공격수가 중앙과 측면을 활발하게 오가며 공격을 이끄는 전형)에도 맞지 않는다. 결국 이동국은 최강희 전북 감독이 "(폴란드전에서) 전북의 이동국같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K-리그용 선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동국이 폴란드전 전반 상대 수비수와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고 있다. 상암=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여전히 이동국은 조광래 감독의 눈높이로보면 미흡하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이동국은 좋은 패스를 받아먹기만 하려고 했던 이전과는 다르다.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소속팀에서는 이선에서 패스로 골을 이끌어내곤 한다. 15개의 도움이 달라진 이동국을 보여준다.

이제 선발 출전에 대한 열망, 욕심을 덜어내고 조커로서 득점감각을 살리면 된다. UAE전이 이동국의 향후 대표팀 경력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은 A매치 25골 중 10골을 중동팀을 상대로 넣었다. 아시아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공격자원이다. 또 팀 최고참으로서 자신을 바라보며 공격수의 꿈을 키운 후배들을 뒷받침 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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