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팬 조롱에 품위(?)를 지킨 아데바요르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10-05 12:57


맨시티에서 토트넘으로 임대된 토고 출신 공격수 아데바요르. 사진출처=맨시티 홈페이지

그동안 성숙해진 걸까, 아니면 체념한 것일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에서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다가 2009년 여름 맨시티로 이적한 엠마누엘 아데바요르(27·토고). 불협화음을 일으키면 팀을 떠났던 아데바요르는 맨시티 소속으로 2009~2010시즌 5라운드 아스널전에 나섰다가 옛 동료 판페르시(네덜란드)의 얼굴을 발로 차 비난을 받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아데바요르에게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아스널 팬들에게 아데바요르는 배신자를 넘어 악당으로 찍힌 것이다.

그랬던 아데바요르가 이번 시즌 임대선수로 아스널의 숙적인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아데바요르는 지난 주말 아스널의 안방 에미리츠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스널전(토트넘 2대1 승)에 출전했다. EPL에서 가장 거칠고 적대적인 더비 중 하나로 꼽히는 북런던 더비다.

아스널 팬들은 예상대로 아데바요르에게 야유를 퍼붓고, 그를 조롱하는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출전을 위해 앙골라로 버스 이동하던 중 무장괴한들로부터 기관총 공격을 받은 토고대표팀까지 거론했다. 당시 아데바요르의 팀 동료 3명이 사망했다. 아스널 팬들은 "앙골라에서 네가(아데바요르)가 죽어야 했다"고 소리쳤다.

그런데 아데바요르는 이런 아스널 팬들의 야유와 조롱에 의연했다. 경기 중이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도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데바요르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스널 팬들이 나에 관해 안 좋은 노래를 불렀는데,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아스널 팬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고,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행동 앞에서 품위를 지켜 기쁘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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