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과 비긴 전남, 울다가 웃은 사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0-03 16:45


'살얼음판' 6강 전쟁의 중심에 선 전남 드래곤즈가 울다가 웃었다.

1일 강원FC 원정에서 종료 직전 오재석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한 직후 전남의 분위기는 참담했다. 강원 광주 포항 전북과의 4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1-2위팀과의 마지막 승부가 부담스러운 만큼 상대적으로 약한 강원-광주전에선 무조건 승점 3점을 챙기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이날 정해성 전남 감독은 소주 한잔 걸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대놓고 내색은 못했지만 '비겨도 진 것처럼'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6강 후보팀 중 유일하게 토요일 경기를 치른 정 감독은 당연히 2일 경기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6위 부산, 7위 제주가 각각 경남과 포항에 졌고, 8위 울산이 광주와 비기며 제주와 순위를 맞바꿨다. 경쟁팀들이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전남은 '어부지리' 5위를 유지했다. 오히려 골득실차에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부산에게 승점 1점을 앞서게 됐다. 강원전 무승부로 마음 졸였던 전남이 하룻만에 웃었다. 정 감독은 "우리를 포함해 6강 팀들 모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6강 티켓과 무관한 상대팀들은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부담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라며 막판 '고춧가루 부대'의 선전 이유를 분석했다. 행운의 5위 수성에 대해 "전남에게 찬스가 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정 감독은 강원전 무승부로 낙담한 선수단에게 이례적으로 4일간의 휴가를 명했다. "선수들에게 훌훌 다 털어내고 오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선 하루 훈련보다 휴식이 효과적"이라며 휴가의 의미를 밝혔다. 단내나는 훈련를 각오했던 선수들은 의외의 달콤한 휴가를 선물받고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들로부터 한밤의 '감동 문자'가 답지했다. "감독님, 저희 마음을 알아주셔서,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강 반드시 가겠습니다." 모두가 6강행을 말할 때 오히려 '내려놓기'를 선택한 정 감독의 '의외의 리더십'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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