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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은 가장 확실한 득점 루트이자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실축하게 되면 한 순간에 경기 분위기는 상대팀으로 넘어간다. 전담 키커가 느끼는 책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기에 과거 대부분의 팀들은 책임감이 투철한 주장에게 페널티킥을 전담토록 했다. 경험과 강한 심장을 믿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확실하게 골을 넣어 줄 수 있는 골잡이 혹은 킥이 가장 좋은 선수가 전담하는 것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맨유의 루니,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바르셀로나의 메시가 각 팀의 페널티킥을 전담하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이를 눈여겨본 레넌 감독은 지난 18일 레인저스와의 '올드펌 더비'를 앞두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페널티킥 전담 키커 교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누구에게 페널티킥을 맡길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테크닉이 좋은 기성용과 레들리, 멀그루를 생각하고 있다."
지난 시즌 사마라스, 스톡스, 후퍼 등 공격수들이 잇따라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특히 지난시즌 4월 24일 리그 우승의 분수령이 될 레인저스와의 '올드펌 더비'에서 사마라스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0대0으로 경기를 마친 것이 뼈 아팠다. 레인저스에 승점 1차로 뒤진 2위였던 셀틱은 이날 무승부로 리그 우승을 내줘야했다.
기성용으로서도 무척 반갑운 일이다. 이날 득점으로 올시즌 연속 경기 공격포인트 행진을 '4'로 늘렸다. 또 꿈에 그리던 유로파리그 출전 두 경기만에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음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빅무대 진출을 노리는 가운데 유럽 스카우트들 앞에서 골을 만들어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 페널티킥을 전담으로 차게 된다면 공격포인트 수를 늘리는데 수월하다. 두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넘어 두자릿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기성용의 공격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이는만큼 EPL 등 빅리그 팀 스카우들의 관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