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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을 앞두고 수원은 재창단 수준의 대대적인 인력 보강을 했다. 고참선수들을 내보내는 등 혁신을 꾀하고 정성룡, 오장은, 오범석, 이용래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수원은 시즌 초반 흔들렸다. 개인 플레이에 비해 팀플레이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영입 성과가 미미하다'는 성급한 판단도 나왔다.
이때 팀 분위기를 바꾼 이도 염기훈이다. 전 주장 최성국이 승부조작에 연관돼 재판을 받으면서 팀을 떠났다. 염기훈이 주장 완장을 이어 받았다. 염기훈은 어린 선수들을 먼저 만났다. 2군에 있는 유망주들과 웃고 떠들며 팀 분위기를 새로 만들었다. 선수들끼리 모여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자리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취미 등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 '내게 왜 패스를 안해주느냐'부터 '내가 뛸 때는 너는 뒤에서 돌아 들어가라'는 등 전술적인 이야기까지 다 나왔다. 수원은 점차 바뀌었다.
이와 함께 염기훈의 왼발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염기훈은 정규리그에서 8골-11도움을 올렸다. 역대 통산 28번째 '30(골)-30(도움)' 클럽에 가입한 것은 덤이다. 6월 이후 수원이 본격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는데 이때에만 7골-10도움을 집중시켰다.
조바한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차전도 염기훈이 있어 2대1 역전승이 가능했다. 0-1로 뒤지던 후반 31분 양상민의 헤딩 동점골은 염기훈의 발끝에서 나왔다. 정확하게 문전 쇄도하는 양상민의 머리에 볼을 배달했다. 연장 전반 마토의 페널티킥도 염기훈이 만들었다. 염기훈의 프리킥이 전방에 자리잡고 있던 스테보를 정확하게 향했기에 상대 수비수는 스테보를 손으로 잡아끌 수 밖에 없었다. 염기훈은 올시즌이 끝나면 경찰청에 입단한다. 정규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FA컵 우승. 염기훈이 노리는 '유종의 미'는 트레블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