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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로 이적한 박주영(26)의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지난 8월 30일(한국시각) 극적으로 아스널과 계약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출전은 고작 1경기 뿐이다. 프리미어리그(EPL)가 아닌 칼링컵 32강전에서 4부리그(리그2) 소속 슈르스버리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것이 전부다. 박주영은 슈르스버리전 후반 25분까지 70분을 활약했으나 한 차례 슈팅 외에는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사흘 뒤 열린 24일 볼턴전에서 박주영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스널은 볼턴을 3대0으로 완파하고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박주영의 10월 A대표팀 합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필요하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아스널에 박주영을 10월 7일 폴란드전과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 활용하겠다는 차출 협조 공문을 보냈다. 다른 해외파 선수들도 불러들인 조 감독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A매치 2연전에 합류할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팀 내 위상을 따져보면 아스널에서 굳이 박주영의 한국행을 만류할 것 같지는 않다. A매치는 희미한 경기 감각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응을 위해 한시가 급한 박주영 입장에서 A매치 출전은 자칫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현 상황에서는 소속팀에서 일관된 훈련에 매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A대표팀은 박주영을 아껴서 당장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이득이다. 박주영이 아스널에 완벽하게 적응해 출전 시간을 늘려간다면 결국 득은 A대표팀의 몫이다. 3차예선은 그저 최종예선으로 가는 관문일 뿐이다. 박주영이 활약해줘야 할 시기는 보다 경쟁력 있는 상대와 맞붙는 최종예선이다. 적응 단계에 머물고 있는 박주영보다는 새 얼굴을 점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주장을 빼놓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구심점 부재 문제는 팀에 합류할 베테랑에게 잠시 위임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