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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수비수 곽태휘(30)는 24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011년 K-리그 26라운드 시작 직전 갑자기 상대팀 벤치로 뛰어갔다. 동료들이 둥글게 원을 짜고 파이팅을 외치려는 찰나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은사 허정무 인천 감독(56)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곽태휘는 인천 벤치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배꼽 인사'를 하면서 활짝 웃었다. 허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가볍게 손을 들어보였다.
하지만, 허 감독의 생각이 바뀌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곽태휘는 스피드는 물론 몸싸움과 공중 제공권까지 갖춘 만능형 수비수였다. 오른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거리 슈팅과 공격 가담시 위치 선정 능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곽태휘는 그해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결승 1차전에서 2대2 동점이던 후반 막판 빨랫줄 같은 프리킥으로 승부를 결정 지었고, 2차전에서도 맹활약하며 전남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A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허 감독이 가장 먼저 찾은 수비수는 곽태휘였음이 당연지사였다.
이후 곽태휘는 허정무호에서 '황태자'라는 별명을 들으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 모두 활약하며 무패 본선행의 공신으로 활약했다. 허 감독이 본선 직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갈 때만 해도 곽태휘는 무난히 본선에 오를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곽태휘는 본선에 가지 못했다. 본선 1차전을 10여일 앞두고 있던 5월 31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큰 부상을 당하면서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허 감독은 "당시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말도 걸지 못할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밝혔다. 허 감독은 "사실 본선에서 곽태휘를 중용할 생각이었다. 세트 플레이 능력에 주목하고 있었다. 본선에서 이정수가 두 골을 넣었지만, 사실 곽태휘에게 더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곽태휘가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한 뒤 A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허 감독은 귀국 후 곽태휘와 만나 본선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었다. "지금도 수시로 곽태휘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말한 허 감독은 "(곽태휘는) 참으로 심성이 착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선수다. 올해 활약을 계기로 더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인천=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