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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그날 밤 선수들 앞에선 웃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09-22 14:06


◇홍명보 감독이 21일 오만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1일 오후 11시30분쯤 저녁식사가 끝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첫 단추는 산뜻했다. 오만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온도 차는 있었다. 선수단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평소 저녁식사 후 홍명보 감독이 먼저 자리를 뜬다. 김태영 박건하 김봉수 코치 등이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마지막 밤이었다. 홍 감독이 입을 뗐다. 냉랭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결전을 막 치르고 돌아온 제자들을 향해 "밖에서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너희들은 잘 했고, 최선을 다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홍 감독은 이번에도 기를 살리는 칭찬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무늬는 달랐지만 2년 전과 흡사하다. 그는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을 통해 사령탑으로 국제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카메룬과의 1차전에서 졸전 끝에 0대2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암울했다. 심적 부담이 컸다. 채찍을 꺼내들지 않았다. "잘 하고 있다"며 선수들을 토닥그렸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난 리틀 태극전사들은 8강 진출로 보답했다.

오만전은 두 골차 승리를 거뒀지만 내용은 기대이하였다. 홍 감독도 아팠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쉬움이 많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반 초반 선수들이 긴장했고, 최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선수 차출이 불투명해 미흡한 부분을 발전시킬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칼 끝은 선수들을 향하지 않다. "선수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최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홍명보흐는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11월 원정에 이은 홈 2연전, 2월 원정 2연전, 3월 마지막 홈경기를 차례로 치러야 한다. 각 조 1위만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최약체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도 아시아를 넘어야 한다. 홍 감독의 숙제다. 그의 위기관리능력은 칭찬에서 다시 출발했다.
창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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