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757경기 출전, 인터밀란을 지킨 자네티 이야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09-21 14:51


사진캡처=인터밀란 홈페이지

언론과 대중은 새로운 스타의 등장에 환호한다. 이들은 젊음을 무기로 기존의 선수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새로움을 준다. 곧 펠레나 마라도나와 같은 선수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주지만, 자신의 재능을 모두 꽃피워내는 경우는 생갭다 많지 않다.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젊은 재능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스포츠에서 재능만큼이나 중요시 되는 것이 자기관리로 대표되는 꾸준함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언제나 인터밀란 베스트11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하비에르 자네티(38)야말로 꾸준함의 표본이다.

자네티는 언제나처럼 주장완장을 차고 21일(한국시각) 노바라전에 나섰다. 인터밀란 유니폼을 입고 나선 757번째 경기였다. 이날 출전으로 자네티는 주세페 베르고미가 갖고 있던 인터밀란 최다출전 기록을 바꿨다. 17시즌동안 16명의 감독을 거치며 만든 대기록이다. 수치로 보면 자네티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539번의 리그 출전, 141번의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64번의 코파 이탈리아(FA컵) 출전, 16번의 우승, 그리고 6만5656분의 출전시간까지. 자네티는 그렇게 인터밀란을 지켰다.

자네티는 오른쪽 윙백이 주 포지션이지만, 왼쪽 윙백, 좌우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수비까지 소화해내며 인터밀란을 위해 헌신했다. 자네티는 주어진 포지션에서 모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올시즌 3-4-3 포메이션 변경으로 다른 선수들이 헤매고 있는 와중에도 자네티만은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감독들은 그런 자네티를 아꼈다. 인터밀란을 거친 지도자들은 언제나 베스트11 명단에 자네티의 이름을 제일 먼저 올렸다. 성실히 자기관리를 하는 자네티는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선수기 때문이다.

자네티의 기록경신 소식에 그를 지도했던 지도자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1995년 자네티를 인터밀란으로 영입한 로이 호지슨 웨스트브로미치 감독은 "자네티가 새기록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고 했다. 2001~2003년까지 인터밀란을 이끈 헥토르 쿠페르 라싱 산탄데르 감독은 "자네티는 내가 코치해 본 최고의 선수다"고, 로베르토 만시니 맨시티 감독은 "모든 감독들은 자네티와 같은 선수를 보유하길 원할 것이다"고 칭찬했다. 지난시즌 인터밀란의 감독이었던 레오나르두 파리 생제르맹 단장은 "숫자만으로는 그가 인터밀란과 세계 축구계를 위해 해온 것을 설명할 수 없다"며 자네티의 업적을 기렸다.

자네티는 1993년 아르헨티나 2부리그에 있던 탈라레스에서 프로선수로 출발했다. 가능성을 보인 자네티는 바로 1부리그 반필드로 팀을 옮겼다. 뉴웰스 올드 보이스와의 경기에서 17일만의 데뷔골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자리잡은 자네티는 그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런 그에게 아르헨티나 리그의 양대 산맥인 보카 주니오스와 리베르 플라테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네티는 반필드에 남기로하며 반필드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의 팀을 향한 충성심은 이때부터 빛이 났다.

그런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마시모 모라티 구단주가 취임하며 새롭게 팀을 재편하던 인터밀란은 자네티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유럽에서 뛰는 것을 꿈꿔온 자네티는 동료 세바스티안 램버트와 함께 인터밀란으로 이적했다. 자네티는 이후 무수히 많은 선수를 영입한 모라티 구단주의 첫번째 영입이었다. 자네티는 1995년 8월 비첸자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첫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은 그는 리더십을 인정받아 1999년 8월 22일 베로나전부터 인터밀란 주장으로 임명됐다.

자네티는 인터밀란의 암흑기와 전성기를 함께 했다. 인터밀란은 호나우두, 크리스티안 비에리, 로베르토 바조, 알바로 레코바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보유하고도 1997~199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스타들의 부침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자네티는 언제나 제 몫을 했다. 마침내 2005~2006시즌 꿈꾸던 세리에A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후 5연속 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과 함께 2009~2010시즌에는 트레블(리그, FA컵, 유럽챔피언스리그 3관왕)의 영광을 누렸다.

자네티는 꾸준한 경기력만큼이나 깔끔한 매너로도 정평이 나있다. 757경기를 펼치는동안 단 1번만의 퇴장을 당했을뿐이다. 팬들에게도 언제나 친절하며 사고로 언론을 장식한 적도 없다. 살아있는 프로의 교본이라고해도 손색이 없다. 무리뉴 감독은 자네티의 기록경신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자네티는 언제나 웃고, 열성을 갖고 훈련하며, 동료들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그는 친구라고 말할 수 있다는데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단지 2년간 지도한 코치가 그의 놀라운 경력을 평가하기 그렇다. 나는 항상 자네티에게 감사하며, 내가 그의 인생 한부분에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한가운데서 그와 포옹했던 사실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 자네티의 기록을 경실할지 모르지만, 자네티는 언제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