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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0·맨유)은 '멀티 플레이어'의 표본으로 불린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제 몫을 다한다. 이런 박지성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기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사실 박지성은 수원공고 시절부터 여러 포지션에서 뛰었다. 공격형, 수비형, 측면 등 모든 미드필드 자리를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박지성은 근력이 부족했다. 이렇다 보니 어느 포지션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박지성의 옛 스승인 김희태 전 명지대 감독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박지성은 축구선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근력과 지구력이 부족했다. 많이 뛰면서 영리하게 공을 차긴 했지만, 기본부터 다시 닦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근력이 붙기 시작한 것은 2000년 1월부터다. 호주에서 아주대,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명지대, 올림픽대표팀과 함께 실시한 합동 전지훈련이 약이 됐다.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2월 복수의 올림픽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아 다섯 명을 제치고 골까지 넣는 등 매경기 활약을 펼쳤다. 당시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허정무 감독의 눈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는 올림픽대표팀에 연습생으로 발탁돼 '아시아 축구의 별'이 된 박지성의 성공 일화이기도 하다.
두 가지 의미를 지닌 활약이다. 부진을 털어냈다. 지난 15일 벤피카(포르투갈)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 1차전(1대1 무)에서의 무기력한 모습을 말끔히 씻어냈다. 무엇보다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자질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충분히 어필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박지성은 시즌 초반 정규리그에서 영, 나니, 발렌시아와의 주전 경쟁에서 다소 밀린 모습이다. 그러나 안데르손, 플레처 등 중원 자원이 부상을 당할 경우 언제든지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이 가능하는 것을 보여줬다. 그동안 영국 언론들이 극찬했던 '센트럴 팍'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