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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뒤 맞은 데뷔전은 슈르스버리(4부리그)와의 2011~2012 칼링컵 32강전이었다. 4부 리그 팀과의 맥빠진 대결이었지만 골은 없었다.
샤막과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박주영은 후반 26분 미야이치 료(19·일본)와 교체 아웃될 때까지 바쁘게 뛰어 다녔으나 손에 쥔 것은 없었다. 아스널은 1골을 내준 뒤 어렵사리 3대1 역전승을 거뒀다. 아스널로선 자칫 잘못했으면 체면을 구길 뻔 했다. 아스널은 깁스(22), 체임벌린(18), 베나윤(31)이 골을 넣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A대표팀, 그리고 AS모나코에서 뛸 때와 흡사하다. 아직은 팀 적응 단계지만 박주영은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모나코에서 뛸 당시 국내팬들은 박주영에게 '박 선생'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AS모나코 팀내 최다 득점자(12골)이자, 가장 활동적이고, 재능이 많은 선수였다. 이날 짧지만 아스널에서의 모습은 그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아스널은 최근 페이스가 떨어지고, 나아가 1.5군 위주로 팀을 꾸렸지만 AS모나코와는 무게감이 달랐다. 깁스과 체임벌린 등 어린 유망주들은 잠재력이 엿보였다. 베나윤도 퇴물 취급은 지금으로선 어불성설이었다. 박주영은 이제 모나코 때처럼 혼자 다할 필요가 없다. 맡겨진 몫에 '플러스 알파' 정도만 해내면 된다.
박주영이 스스로 빼든 프리롤(포지션에 상관없이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는 것)은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박주영이 있어야 할 곳은 최전방과 2선 침투가 가능한 상대 미드필더 전방이었다. 그곳에서 공간을 만들고,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고, 슈팅을 노려야 했다.
박주영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판 페르시(28), 샤막(27)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페르시는 팀의 핵심선수다. 현재로선 샤막을 넘어야 한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겸하는 것이 아닌 공격수로서의 진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