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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왔냐?" 홍명보호 선수 별명도 가지가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9-20 14:44


입술이 두꺼워 올림픽대표팀내에서 '입술'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배천석. 스포츠조선DB

"'입술' 왔냐?"

"네. 안녕하세요."

올림픽대표팀 소집일인 13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오고간 대화 중 하나다. 배천석(21·빗셀 고베)이 숙소로 올라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자 함께 있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건넨 안부 인사였다. 엘레베이터에 동승했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을 정도로 딱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입술이 유난히 두꺼워 생긴 배천석의 별명 '입술.'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배천석과의 첫 만남에서 별명을 지어줬단다.

장난끼 많은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대표팀. 경기장에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하지만 사석에서는 이들의 장난끼가 그대로 표출된다. 그런데 선수들이 아닌 코칭스태프도 이에 동참했다고 한다. 언행이나 외모 닮은 꼴로 지어진 선수들의 별명, 파격적이었다.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의 별명을 파헤쳐 봤다.

'입술' 배천석의 별명은 다양하다. 처음에는 '촌놈'이었다. 경북 포항 출신 배천석이 대표팀에 처음 합류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인데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로 임대 이적한 뒤에는 '고베'로도 불린다. 미드필더 고무열(21·포항)은 '고구마' '고무'로 불린다. 주로 홍 감독은 '고구마'를 즐겨 사용한다. 토속적(?)으로 생겼다는 이유다.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하강진(22·성남)에게 하사한 별명은 '우사인 볼트'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는 '세일러 문'으로 통한다. 하강진은 "오재석이 주로 그렇게 부르는데 아무래도 예쁘게 생겼다고 그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골키퍼 이범영(22·부산)이 반박했다. "그거, 비하하는 거야."


올림피대표팀 골키퍼 하강진(왼쪽)과 이범영. 스포츠조선DB
대표팀 최장신 이범영(1m99)는 큰 몸집 때문에 '아빠'다. 이범영의 등에 동료들이 안기기도 한다. 좌우 측면 수비수 윤석영(21·전남)과 오재석(21·강원)의 별명은 각각 '밥차'와 '오싹'이다. 대식가인 윤석영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동료들이 지어줬다. 오재석은 이름을 빨리 부르다 보니 '오싹'이 됐다.


'콜리' 조영철. 스포츠조선DB
외모 때문에 생긴 별명도 다양하다. 조영철(22·알비렉스 니가타)은 '콜리'다. 미국 드라마 '돌아온 래시'로 유명한 개의 한 품종인데 외모가 꼭 닮아서 별명이 됐다.


그렇다면 별명을 듣는 당사자의 심정은 어떨까. 배천석은 대환영이란다. "감독님이 '입술'이라고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워낙 익숙한 별명이라 기분이 나쁜것도 전혀 없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도 "대표팀에 처음 소집되는 선수들은 서먹하게 마련인데 서로 별명을 지어주거나 부르기 시작하면 적응하기가 쉽다. 감독님이 가끔 선수들의 별명을 부르시면 화기애애해진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대표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별명'이었다.


창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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