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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라운드 MVP, 울산 박승일이 누구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9-20 14:34


17일 상주전 후반 33분 쐐기골을 터트린 박승일(오른쪽)이 두팔을 활짝 펴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박승일? 박승일이 누구지?"

아직은 낯선 이름, 울산 현대 미드필더 박승일(22). 울산팬이라면 알만한 이름이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름이다. 그럴만도 하다. 경희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2009년 말 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해 2010년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지난해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프로 첫 해 설움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다. 한때 기약없이 계속 축구를 해야하는 지, 축구를 포기해야하느냐를 놓고 고민했다. 그때 박승일의 마음을 잡아준 게 박충균 울산 2군 코치다. 현재의 어려움은 긴 축구 인생의 일부일 뿐이고, 더 멀리 내다보고 공을 차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힘을 냈단다. 박승일은 "축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해봤다. 특히 2년 차인 올시즌 중반까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힘들었다. 앞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7일 상주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박승일이 드리블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울산 현대
그랬던 그가 시즌 중후반부터 출전 시간을 늘려가더니 어느새 공격라인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17일 K-리그 25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프로 11경기(교체 8경기) 만에 마침내 첫 골을 터트렸다. 팀의 3대1 승리에 쐐기를 박은 골이었다. 애타게 기다렸던 골은 비교적 늦게 나왔지만 이미 공헌도는 팀 내 최고수준이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서 빠른 스피드, 상대 수비 뒷공간을 영리한 플레이로 김호곤 감독의 마음을 움켜쥐었다. '6강 진출을 노리는 울산 전술의 핵이자 활력소, 열쇠다'라는 칭찬이 뒤따랐다.

박승일은 광양제철남초등학교, 광양제철중, 광양제철고를 나온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 출신. 지동원(20·선덜랜드)이 고교 3년 후배다. 2007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전남으로부터 우선지명을 받았다. 그런데 전남 대신 경희대를 선택했다. 축구만 잘하는 축구기계가 되지말고, 대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는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울산 박승일이 17일 상주전에서 프로 첫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울산 현대
박승일은 "부모님이 평생 축구를 할 수 없으니 축구를 그만 둔 다음을 생각해 대학을 가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축구만 놓고 보면 수비의 중요성을 깨닫고 익혔다. 만약 고교 졸업후 그대로 전남에 입단했다면 프로 데뷔도 못해보고 축구를 그만둬야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20일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5라운드 MVP에 선정된 박승일은 "전혀 기대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얼떨떨하다"고 했다. 박승일의 첫 번째 목표는 물론 출산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그 다음 꿈을 물으니 "올림픽대표로 뽑혀 내 또래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편, 울산이 25라운드 베스트 팀에 선정됐고, 2대2 무승부를 기록한 대전-대구전이 베스트 매치에 뽑혔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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