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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수비수 곽태휘, 골폭풍 미스터리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9-14 14:25


5월 23일 성남 일화전 후반 35분 결승골을 터트린 울산 현대 수비수 곽태휘가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주장이면서 붙박이 중앙 수비수, 그리고 팀 내 최다골. 별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어우러져 울산 현대 곽태휘(30)를 설명해 준다. 올 해 정규리그 23경기에 풀타임 출전해 6골(경기당 0.26골)을 터트려 후배 공격수 김신욱과 함께 팀 득점 공동 1위, 전체 공동 16위. 울산이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4경기에서 기록한 25골 중 4분의 1을 만들었다. 곽태휘가 골을 넣은 4경기에서 울산은 3승1무를 기록했다. '골 넣는 수비수'라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이쯤되면 공격수 겸 수비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수비수로서 본업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올시즌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이 꼽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최고의 수비수가 곽태휘다.

물론, 이전에도 중요한 순간 기막힌 골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주목을 받았다. A매치 19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K-리그에서 한 해 2~3차례 골맛을 봤다. 그래도 올해 처럼 대놓고(?) 골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곽태휘는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헤딩골 2개를 넣어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3월 20일 광주FC전에 이어 올해 두번째 멀티골이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경험과 절박한 팀 사정,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골게터 곽태휘를 만들었다. 올시즌 울산은 24경기에서 25골에 그칠 정도로 득점력이 떨어졌다. 공수 전환이 빠르지 못하다보니 역습이 잘 이뤄지지 않고, 공격루트가 단조롭다. 세트피스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m85의 장신에 제공권이 좋고 득점 감각이 탁월한 곽태휘는 올시즌 세트피스에서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물론 김호곤 감독의 주문이 뒤따랐다.


울산 현대 곽태휘가 22일 성남 일화전 후반 35분 결승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곽태휘는 "제공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위치 선정이다. 세트피스 때 수비수는 뒤로 물러나면서 공을 보게 되고, 공격을 하는 입장에서는 들어가면서 위치를 잡게 된다.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데 올해 이런 상황에서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는 울산은 시즌 막판 6강 밖에서 맴돌고 있다. 14일 현재 9승5무10패(승점 32)로 9위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한 곽태휘는 "세트피스 찬스가 오면 팀에 기여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게 집중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6골 중 5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고, 1골은 페널티킥 골이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전 연습경기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카타르아시안컵 때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다가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이런 아픔이 오히려 경험이 되어 곽태휘의 축구인생을 더 알차게 채웠다. 곽태휘는 "어려운 일을 당해도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땀을 흘리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걸 잘 안다"고 했다. 경험에다 피나는 훈련이 어우러져 골 넣는 공격수 곽태휘를 만든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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