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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기안 없는 선덜랜드,지동원 연착륙이 기대되는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9-13 14:11


◇지동원이 10일 강호 첼시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사진 캡처=선덜랜드 AFC 홈페이지

"서두르지 않겠다."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적응하겠다."

'베이비 지' 지동원(20·선덜랜드)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후 인터뷰 때마다 한결같이 반복했던 말이다. 과욕으로 페이스를 잃을까 염려했다. 스스로를 향한 영리한 주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발'은 '말'보다 빨랐다. 10일 밤 강호 첼시전에서 종료 직전 벼락 데뷔골을 터뜨렸다.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 최단기간인 4라운드(30일), 3경기 교체출전(총51분)만이다. 7라운드(44일) 3경기만에 데뷔골을 기록한 선배 이청용(볼턴)의 기록을 앞섰다. 20세 4개월만에 기록한 최연소 데뷔골, EPL 연착륙에 고개를 갸웃대던 이들을 향해 확실한 한방을 보여줬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이 지동원을 '기안의 대체자'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브루스 감독 "지동원, 기안의 대체자로 키울 것"

첼시전 직전 주전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리그 알 아인으로 훌쩍 떠났다. 1년 임대 조건에 거부할 수 없는 112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리버풀-뉴캐슬-스완지시티전에서 브루스 감독은 주전 공격수 기안과 스테판 세세뇽 콤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안과 세세뇽이 볼을 독점한 가운데 지동원은 공 한번 변변히 잡지 못했다. 좋은 위치를 잡고 기다려도 문전에서 좀처럼 패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선덜랜드는 3경기에서 2무1패, 1득점에 그쳤다. 첼시전에서 지동원은 후반 37분 세세뇽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기안도 세세뇽도 없었다. 첼시전이 데뷔전이었던 아스널 출신 니클라스 벤트너(23), 이적 동기인 잉글랜드 유망주 코너 위컴(18)과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8분만에 라르손-벤트너-지동원 '이적생 삼총사'가 환상적인 골을 합작했다. 지동원의 데뷔골이었다.

브루스 감독은 12일 지역 일간지 선덜랜드 에코를 통해 기존 전략의 수정을 암시했다. "지동원과 위컴은 원래 미래를 위해 영입했다. 훌륭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12~18개월은 지나야 최상의 전력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생각을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기안을 잃었고 두 선수에게 골을 넣는 역할을 주문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동원은 첼시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고무적인 사인이라고 본다"면서 기안의 대체자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지동원 "자신감 얻었다"

'괜찮다' '할 수 있다'를 무한반복하지만 스트라이커 입장에서 골이 안터지는데 괜찮기란 쉽지 않다. 한발 빠른 데뷔골로 마음의 부담을 훌훌 털어냈다. 정규리그 3경기 교체출전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레바논전 후반 첫골을 향해 몸을 던진 지동원의 몸짓에는 골을 향한 간절함이 있었다. A매치에서 보여준 집중력을 소속팀에서 그대로 이어갔다. 첼시전에서 그라운드에 들어선 지 불과 8분만에 골맛을 봤다. 짧은 출전시간을 '원샷원킬'의 기회로 바꿔놓았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는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말을 가슴에 새긴 결과다.

지동원은 경기 직후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브루스 감독의 "팀의 미래를 보고 영입했다"는 말에 대해 "솔직히 좋은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좋은 말 뒤의 부정적인 뉘앙스까지 읽고 있었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뛰고 싶은 지동원이다.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고 싶고 항상 준비돼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향후 선덜랜드 공격진은 벤트너-세세뇽-지동원-위컴 4인 체제로 운용된다. 선덜랜드 현지 팬들은 기안의 이탈에 대해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빅리그 경험이 일천한 지동원이 기안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의혹의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11경기에서 8골을 기록한 '대한민국 원톱' 지동원에게 낮은 기대치는 오히려 '약'이다. 첫단추를 일단 잘 꿰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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