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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의 장신 스트라이커 정성훈(32)의 올시즌 키워드는 '희생'이다.
올해 초 전북의 유니폼으로 갈아 입기 전까진 부산 아이파크에서 당당한 주전 공격수였다. 지난 세시즌 동안 78경기에 출전해 27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둥지를 옮긴 뒤 오히려 그라운드에 나서는 시간이 줄었다. 이번 시즌 18경기에서 교체로만 14경기를 뛰었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동국(32)의 백업 멤버로 활용되고 있다.
생애 첫 우승 반지를 끼기 위해 택한 '조연'이었다. 그는 "그동안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뛰면서 우승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더 골이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27일 부산전(3대2 역전승)에선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달 24일 성남전 이후 3경기 만에 선발로 출전한 정성훈은 0-1로 뒤진 전반 17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실축하고 말았다. 볼을 차려던 순간 땅이 파이면서 '아차' 싶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떻게해서든 실수를 만회해야 했다. 그래서 더 분주하게 뛰었다. 그러자 기회가 왔다. 2-2로 팽팽하던 후반 12분 이동국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터뜨렸다. 순도높은 득점 뒤에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전북은 9, 10월달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국 혼자 최전방 공격을 책임질 수 없다. 반드시 다양한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 정성훈은 김동찬과 함께 활용 가능한 최고의 조력자다.
좀 더 감독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1m90의 큰 신장을 이용한 고공 플레이가 필요하다. 특히 짧은 출전 시간 안에 높은 골 결정력도 보여준다면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