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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이적]릴 이적은 '필연', 챔스 조추첨이 증명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8-26 09:06 | 최종수정 2011-08-26 09:06


◇릴 이적은 박주영에게 꿈을 이룰 기회 뿐만 아니라 특별한 인연까지 선사했다. 지난해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박주영이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릴 이적은 박주영이 그토록 열망했던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전하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릴은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했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1 우승을 차지하면서 별들의 무대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2006~2007시즌 이후 4년만에 얻은 기회다. 조별리그 6경기에 리그1 일정까지 치르는 점, 박주영이 간판 공격수 무사 소우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절반 이상 출전 기회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모나코 그리말디 포럼에서 본선 조 추첨식을 가졌다. 릴은 트라브존스포르(터키) CSKA모스크바(러시아)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모나코 현지에서 이를 지켜본 박주영 입장에서는 무릎을 탁 칠 만했다. 세 팀 모두 박주영과 깊은 인연을 가진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 도전에서 옛 스승과 만나게 됐다. FC서울을 지도했던 세뇰 귀네슈 감독이다. 귀네슈 감독은 2007년 서울에 부임해 이듬해까지 박주영과 함께 했다. 2008년 시즌 중 박주영이 모나코로 떠날 때 누구보다 응원했던 지도자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시즌 트라브존스포르를 2위로 이끌었으나, 1위 페네르바체에게 밀려 챔피언스리 본선에는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페네르바체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출전권을 박탈당해 기회를 얻게 됐다. 귀네슈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주영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박주영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비록 동반자는 되지 못했지만, 한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는 인연을 갖게 됐다.

CSKA모스크바와 인터 밀란을 상대로는 미니 한-일전을 치를 예정이다. 두 팀에는 일본 대표팀의 주축인 혼다 게이스케(25·CSKA모스크바)와 나가토모 유토(26·인터 밀란)가 뛰고 있다. 혼다와 나가토모 모두 팀 내 입지가 탄탄해 본선 맞대결이 유력하다. 박주영은 일본에게 빚이 있다. 10일 한-일전에서 주장 완장을 찼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게 0대3으로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적을 준비하느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해 A대표팀에 짐만 됐다는 아쉬움이 컸다. 챔피언스리그는 이런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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