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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맥풀린 오른발 슛으로 날린 염기훈, 부진을 거듭한 오범석을 두고 팬들은 '오(범석)-염(기훈) 라인'이라며 비꼬았다.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을 달성했지만 둘에게 남아공은 악몽이었다.
혹독한 아픔을 이겨내리라 마음먹으면 사람은 성장한다. 염기훈과 오범석은 올시즌 K-리그 종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수원 파워의 원동력이다. 염기훈은 팀의 새 주장, 올해 울산에서 이적해와 수원유니폼을 입은 오범석은 중앙 수비수로 활동폭을 넓혔다.
"만약 다시금 그런 찬스가 온다면 분명히 왼발로 찰 것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오른발로 슛을 한 것이 두고 두고 아쉬웠다. 올시즌 31경기에서 10골-14도움. 매년 뛸만하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던 염기훈인데 올해는 아프지 않고 시즌 종반을 향해 뛰고 있다. 몸상태가 틀 최상이다보니 지속적인 컨디션 관리가 가능하다. 체력이 떨어지는 8월인데 오히려 염기훈은 펄펄 난다. 최근 4경기에서 2골-7도움이다. 염기훈은 "마지막 대표팀 합류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염기훈은 매일 40분씩 킥연습을 하고 있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엿보이는 출사표다.
수원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가 염기훈에게 고마워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신의 활약 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잘 이끌어 팀 분위기를 바꿨다. 승부조작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는 전 주장 최성국이 팀을 떠난 뒤 염기훈은 새롭게 주장을 맡았다. 먼저 후배들부터 챙겼다. 염기훈은 "그냥 어린 친구들, 2군 선수들부터 만났다. 자주 얘기하고 자주 웃었다. 내가 한 일은 그것 뿐"이라고 했다. 대화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계기를 만들었고, 수원의 팀플레이는 살아났다.
오범석의 텃밭은 오른쪽 사이드백이다. 수원은 최근 중앙 수비라인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신음했다. 황재원은 무릎 수술, 마토는 허벅지 근육부상(최근 완쾌), 곽희주는 최근 발목을 다쳤다. 공백을 메울 선수가 없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경험이 잠깐 있었던 오범석을 중앙 수비수로 한단계 내려서게 했다.
효과는 승부수를 던진 윤성효 수원 감독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오범석은 수원의 약점인 중앙 수비의 스피드 저하를 막고 있다. 여기게 그치지 않고 중앙 미드필더인 박현범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좀더 빠른 공수 전환을 시도한다. 전진 패스는 더 빨라졌다. 넓은 시야를 지닌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FA컵 4강전에서 2실점하기 전 수원은 4경기 연속 무실점이었다. 오범석이 위태로운 수원 수비를 안정시킨 덕분이다. 수원은 요즘 '오-염 라인' 덕분에 연일 신바람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