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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이충성 회한의 한-일전서 펄펄 날았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8-10 22:10


◇한국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일본 A대표팀이 공식 훈련을 가졌다. 일본 A대표팀의 이충성이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삿포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충성(26·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명 리 다다나리)이 자신을 내쳤던 조국을 상대로 회한섞인 복수전을 펼쳤다.

마치 이 날만을 기다린 듯한 신들린 몸놀림이었다. 빠른 발과 순간 동작을 앞세워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찬스에서 욕심을 내지 않고 동료를 활용하는 영리함이 돋보였다. 전반 34분 터진 가가와 신지의 선제골은 이충성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뒤로 쇄도해 들어오는 가가와를 놓치지 않고 뒷꿈치 패스로 연결했다. 이후에도 이충성은 절묘한 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슛 찬스를 열어주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며 삿포로돔을 가득 메운 4만여 관중을 열광시켰다. 후반 12분에는 결정적인 골 찬스까지 만들어내면서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머리는 차가웠고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이번 한-일 정기전은 이충성의 한풀이 무대였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한-일전을 관전하며 태극마크를 다는 꿈을 꿨지만, 돌아온 것은 냉대였다. 청소년대표 소집명단에 포함되어 꿈에 그리던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입성했지만,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으로 믿었던 동료들은 등 뒤에서 '반쪽바리(재일교포를 낮춰 부르는 말)'라고 수근댔다. 꿈에 부풀었던 1주일 간의 한국 생활은 악몽으로 변했다. 눈물을 흘리며 일본으로 돌아간 이충성은 귀화를 결심했다. 태극마크가 달린 붉은 유니폼을 뒤로 하고 일장기가 선명한 푸른 유니폼을 입고 팬 앞에 섰다. '민족을 배신했다'는 재일교포들의 따가운 눈총과 '자이니치(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를 부르는 일본말)를 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는 일본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름은 '충성' 대신 '다다나리'로 바꿨지만, '오야마(大山)'라는 정식 일본 성 대신 '리(LEE)'라는 한국 성을 유니폼에 새겼다. 귀화는 했지만, 민족성만은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이토록 이충성은 조국을 사랑했다.

노력의 열매는 달았다. 지난 1월 카타르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끄는 결승골을 넣은 뒤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꿈에 그리던 한-일전에 나섰다. 비록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수훈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일본 대표팀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게 됐다. 반대로 한국에게는 57년 한-일전 역사상 첫 0대3 완패하는 치욕을 안겼다. 동료애를 바랐던 이충성을 '반쪽바리'라고 폄하했던 옛 동료들은 오늘 경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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