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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선임 놓고 밥그릇 싸움하는 강원, 모두가 비웃고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8-04 14:22 | 최종수정 2011-08-04 14:34


◇대표이사 선임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는 강원FC의 모습은 승부조작 파문 이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는 K-리그 구성원의 힘을 빠지게 만들고 있다. 3일 강원도 춘천의 강원도시개발공사에서 열린 강원 구단 이사회의 모습. 춘천=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강원FC 대표이사 선임 문제가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 양상으로 가고 있다.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그의 추천을 받아 대표이사 후보에 오른 임은주 을지대 교수, 이사진 모두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구단주는 자신이 추천한 후보자를 이사회가 받아들일 것을 요구 중이고, 후보자는 자신이 구단을 이끌어갈 적임자라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는 두 주장에 코드인사 반대와 지역정서를 들어 반대 입장을 물릴 기색이 없다.

첨예한 대립 상황은 결국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귀결됐다. 3일 강원도 춘천의 강원개발공사빌딩 회의실에서 개최된 이사회는 욕설이 오가고 일부 이사가 퇴장했다가 재입장하는 해프닝 속에 결론을 내지 못하며 1시간여 만에 끝났다. 다음을 기약했으나, 또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 뻔한 분위기다.

이들을 지켜보는 축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승부조작 여파로 K-리그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밥그릇 싸움이라는 구태를 반복하는 것은 전체 구성원의 이미지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구단 성적을 끌어올리고 등을 돌린 팬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3자 모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 지사는 구단 서포터스가 이사회 때마다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지와 이사회가 지역 정서를 들먹이는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임 교수를 대표로 추천한 배경과 청사진을 속시원히 밝히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납득이 갈만한 대안을 찾거나 공정한 경쟁을 택해야 이번 문제에 결론을 낼 수 있다. 쓸데없는 고집을 피운다고 해서 구단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임 교수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구단 운영 계획을 제시하고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쟁자가 있다면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경선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에게 열린 자세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반대 의견이 자신의 성별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정서를 들고 나오는 상대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무능력한 이사진도 각성해야 한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작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항마로 꼽은 지역 기업인가 대표이사 자리를 수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사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후보자를 두고 투표를 하자는 발상도 저의를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지역 정서를 강조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지역 이기주의 밖에 되지 않는다. 강원FC가 K-리그의 구성원이라면 낡은 지역주의를 버리고 프로다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변화가 없다면 '강등 0순위' '삼류구단'이라는 비아냥을 떨칠 수 없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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