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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FC서울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유니버시아드대표(대학선발)와 FC서울 2군의 평가전이 열렸다.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행정가의 길을 준비하다 6년 전인 2005년 9월 지도자로 노선을 변경했다. 딕 아드보카트 독일월드컵대표팀 감독의 러브콜을 수락했다. "선수 시절 쌓아놓은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이겠다." 출사표였다. 그는 2009년 청소년대표팀 감독(20세 이하)에 이어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이집트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8강 신화를 일궈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김영권(오미야) 홍정호(제주) 조영철(니가타) 김민우(사간 도스) 등 한국 축구의 미래들을 발굴했다.
올림픽을 함께하기로 한 애제자들이 대부분 그의 손을 떠났다. 최종예선에서는 차포에다 마까지 떼야 할 판이다. 올림픽 예선은 'A매치 데이'가 아닌 날에 열린다.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 등 유럽파의 소집은 불가능하다. J-리거도 쉽지 않다.
3차예선에 출전한 중앙수비마저 무너졌다. 김영권과 홍정호는 붙박이였다. 홍정호는 승부조작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영권은 소속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홍 감독은 "홍정호에 이어 김영권도 차출이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시련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다. 정면돌파 뿐이다. 유니버시아드대표팀의 경기를 본 후 그는 "홍정호와 김영권도 2년 전 조선대와 전주대 학생이었다. 낙담할 여유가 없다. 대학생들로 중앙 수비를 재정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감독은 요즘 콜롬비아에서 열리고 있는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을 보는 재미에 빠졌다. 2년 전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긴다. "90분간 눈을 뗄 수 없다"며 웃는다. 그 속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다시한번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단다. 홍 감독은 이달 말 2주간의 A매치 데이 기간에 맞춰 K-리거와 아마추어가 총 망라된 소집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