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축제 대신 나눔을 택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8-01 15:10


K-리그 올스타전은 매년 여름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행사였다. 각 팀의 간판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자웅을 겨룸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 속에 풀어내지 못했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프타임 때는 캐논슈터 대결 및 릴레이 경주 등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까지 한마음이 되어 행사에 참가했다. 각 팀 서포터들이 나서 응원을 주도하는 풍경도 연출됐었다.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열정 놀이터'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올스타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축제를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 예년보다 치열한 순위싸움과 득점 경쟁이 펼쳐졌으니 그럴만 했다. 그러나 개막 두 달여를 앞둔 시점에서 터진 승부조작 파문이 모든 기대를 앗아갔다. 결백을 주장하던 각 팀 선수들이 쇠고랑을 찼고 그라운드가 아닌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축구의 근간을 뒤흔든 대사건에 모두가 아연실색 했다. 팬과의 소통을 외치며 지방 개최까지 고려했던 2011년 K-리그 올스타전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상처가 너무 컸다. 팬 투표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진행되지 못했다. K-리그 최고의 축제인 올스타전을 둘러싼 우려가 팽배해졌다.

고심하던 프로연맹은 축제 대신 봉사를 택했다. 올스타를 한 자리에 불러모아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지난해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선발한 20명의 선수들이 1일 경기장이 아닌 파주NFC에 모였다. 상대는 뇌성마비 장애우로 구성된 곰두리 축구단. 통상적인 경기가 아닌 축구 클리닉 및 애장품 전달, 저녁식사로 이어지는 봉사활동으로 올스타전을 대신하기로 했다. 예년 같았으면 달콤한 올스타 휴식기를 보냈을 K-리그 16개 구단도 자발적인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랑나눔 릴레이'를 펼치기로 했다.

예년과 같은 올스타전의 설렘과 흥분은 없었다. 팬들의 함성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유니폼을 맞춰 입은 선수들의 사명감은 이전 올스타보다 오히려 확고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생애 처음 올스타로 선발된 수비수 배효성은 "(올스타전을)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어울려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K-리그 득점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공격수 데얀(서울)은 "컨디션이 좋을 때 올스타전에 참여하게 돼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비록 통상적인 경기를 갖지는 못했지만, 이번 행사가 실추된 K-리그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한 나눔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재도약을 다짐했다.
파주=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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