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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제주 감독은 2일 강원 원정 경기를 앞두고 "하필이면 후반기 첫 경기가 김상호 감독의 강원이다"고 운을 떼면서 "이겨야 후반기 굿 스타트가 되는데, 상대가 김 감독이라…"며 말을 줄였다. 박 감독이 김 감독을 끔찍이 아끼기 때문에 말을 아낀 것이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멋지게 부활했다. 박 감독은 전주대 축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내공'을 키웠다. 그리고 지난해 제주 사령탑에 부임해 K-리그 2위에 올랐다. 2010년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2008년 전남, 2009년부터 강원에서 코치를 맡다가 올해 3월 최순호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감독 직함을 달게 됐다. 부활은 아직 진행형이다.
박 감독은 김 감독이 부임하자 가장 먼저 전화해 축하했다. 당시 박 감독은 김 감독에게 "힘든 시기에 시즌 중간에 팀을 맡게 됐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하게 풀어가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2일 롤러코스터 지도자 생활을 했던 둘이 첫 대결을 한다.
김 감독은 "박 감독님이 조금 봐주셔야 할텐데"라며 웃으면서 "박 감독님이 재기에 성공했듯이 나도 침체된 강원을 끌어올려 웃음을 주고 싶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박 감독님에게 결코 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박 감독에게는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그는 "선수 시절 박 감독님이 몸 관리하는 걸 곁에서 봤다. 정말 철저하셨다"면서 "'방졸'이었던 나도 많은 도움을 드렸다. 아침 저녁으로 시장에 가서 야채를 사서 믹서기에 갈아서 드렸다"고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제주 감독으로 복귀해서 선수들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걸 보면서도 많은 걸 느꼈다. 많이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제주와 강원 플레이가 비슷하다. 패스에 이은 미드필더 플레이를 한다. 결과를 떠나 멋진 경기를 기대해도 좋다"며 명승부를 예고했다.
김 감독은 이어 "2009년 강원은 제주를 두번 만나 모두 1대0 승리를 거뒀다. 한데 박 감독님이 부임한 지난해 제주에 0대5, 1대4로 대패했다. 올해도 0대1로 한번 졌다"며 "감독이 된 뒤 처음 맞붙는 제주와의 이번 대결에서는 꼭 승리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제주는 3위(7승4무4패·승점 25), 강원은 16위(1승3무11패·승점 6)를 달리고 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