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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격의 '유아인 리스크'에 승부수를 던진 '승부'가 조훈현으로 완벽하게 빙의한 이병헌의 칼춤으로 구사일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승부'는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90년대를 배경으로, 전 세계가 인정한 바둑 레전드 조훈현 국수(國手)와 이창호 국수를 실제 모델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대한민국을 바둑 강국으로 이끈 조훈현 국수가 바둑 영재로 유명했던 이창호 국수를 수제자로 받아들인 후 펼친 바둑 대결에서 패배, 절치부심의 자세로 돌아가 초석부터 새롭게 다지며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승부사 조훈현 국수의 삶을 조명했다.
특히 '승부'는 조훈현 그 자체가 된 이병헌의 명품 연기가 압도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훈현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이병헌은 이번엔 손끝을 갈아 끼운 명품 열연으로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유아인 역시 논란과 별개로 이창호를 고스란히 입힌 메소드 열연으로 이병헌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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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훈현 국수가 초심으로 돌아가 한 계단씩 올라가는데 실제 그 마음은 상상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든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감정을 연기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며 "늘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때 기대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관객을 스크린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렌다. 그래서 '승부'의 개봉 소식도 뛸 듯이 기뻤다. 조훈현 국수의 실제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 안에서의 엄청난 승부들과 도전의 마음이 겜블러가 가진 마인드더라. 내가 한 작품 중 '올인'과 일맥상통하더라.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창호 9단으로 변신한 유아인에 대해서 이병헌은 "처음 '승부' 캐스팅을 들으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설굥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유아인과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고 굉장히 궁금했다. 다만 촬영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과묵한 후배더라. 서로 대화를 하고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역할에 몰입하고 대사를 맞추는 시간에는 굉장히 진지한 모습을 봤다. 나도 장면에 빠져드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유아인과 호흡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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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석은 "전체적으로 많이 어려운 시기다. '승부'가 이 어려운 시기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현봉식은 "바둑 알을 놓는 것부터 연습을 정말 많이 했는데 정작 촬영은 못했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문정희는 "우리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힐링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배우기도 하고 가르침을 주기도 하는 게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것 같다. 자극적인데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인 것 같다. 조훈현 국수의 아내를 연기했는데 여러 복잡한 상황에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순간순간 망설였던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곱씹었다.
조우진은 "거창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존경하는 이병헌 선배의 화려한 타이틀전을 본 기분이다. 이 작품은 참 명언이 많은 작품인 것 같다. 그런 명언을 말했을 때 보석처럼 빛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가 연기한 남기철은 그림자 같은 역할이다. 화려한 순간을 진정성 있게 보고 호흡으로 담아내려 했다. 화려한 사제 대결에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형주 감독은 "나 또한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바둑을 모르는 관객이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서 영화를 세상에 내놓게 됐는데 그것만으로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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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의 질문에 "캐스팅 당시에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주연 배우로서 무책임할 수 있고 실망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우이기 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못한 일에 처벌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소회는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막막했다. 출구 쪽에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서 숨통이 트인 기분이었다. 굉장히 감격스러웠다"며 "나 못지 않게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들을 많이 기다렸다. 같이 고생해준 얼굴이 스쳐간다. 여러 감정이 든다"고 고백했다.
그는 "선택과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는 바람이 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상처를 많이 받게 됐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라도 발라준다는 느낌으로 부탁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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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