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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좋아하는 사람이 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다.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좋아하는 이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 이 당연한 이치가 가수 김호중의 팬들에게는 닿지 않나보다.
이에 앞서 김호중의 한 팬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김호중 가수 퇴출에 관한 반박내용. 약 100억 원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인 김호중 아티스트'라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1000명 이 넘는 네티즌이 동의한 상태로, 이에 따라 KBS는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네티즌은 "팬들이 지금까지 4년 동안 약 100억 원 가까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 나눔을 실천해 올 수 있음은 그가 가진 이름의 선한 영향력인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국가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조가 있다고 하지만, 국가 세금만으로는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재능있고 더불어 삶의 휴머니즘을 가진 아티스트의 존재는 너무 소중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김호중이 앞서 자숙 전까지 콘서트를 강행하겠다고 주장했던 것과 음주운전을 인정하기 전까지도 콘서트에 임했던 것도 개인의 이익보다는 대중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네티즌은 "이번 사태에서 트바로티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으로 시간을 끈 것이 아니라, 세계 최초의 '세계 4대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앞두고, 트바로티 김호중 하나를 보고 세계 4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소프라노 프리마돈나들과의 시간과 공간의 '약속'이 너무나 컸기에, 자신 한 사람이 공연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분들에게 너무나 큰 민폐를 끼치는 것이기에 크나큰 갈등 속에서 내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한 "트바로티 김호중은 대체불가의 천재적 아티스트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실수가 엄청난 여론과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한 가지 실수로 인하여 트바로티 김호중의 지금까지의 모든 선한 삶을, 송두리? 난도질하는 마녀사냥과 같은 언론과 대중은 조금은 자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오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사고 뒤 현장을 이탈했던 김호중은 다음 날 오후 4시 30분쯤 경찰에 출석했다. 김호중을 대신해 경찰서를 찾았던 매니저는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진술했고,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의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했던 정황이 나타난 상태다.
음주 의혹을 부인해왔던 김호중은 창원 공연을 마치고 나서인 19일 돌연 입장을 바꾸며 음주를 시인했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김호중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다고 보고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경찰은 사고 직전 김호중이 비틀거리며 차에 타는 CCTV 영상도 확보한 상태인데, 김호중 측은 최근 공연 영상 등을 근거로 들어 '평소 걸음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날 김호중이 절뚝이며 호송차에 탑승한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호중은 지난달 31일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다. 서울강남경찰서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해 김호중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지난 24일 구속된 뒤 약 7일간 유치장에 있었던 김호중은 오전 8시쯤 경찰서 유치장에서 다리를 절뚝이며 등장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 끝나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이날 취재진은 "사고 당시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는 입장이 여전하느냐", "송치를 앞두고 할 말은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김호중은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송치됐으며 사고를 은폐하는 데 관여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 씨, 매니저 장모 씨도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김호중을 향한 팬들의 억지 응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심각해진 김호중의 사태에 기념물이 하나 둘 철거되는 중이다. 모교였던 김천예술고드이학교는 교내 쉼터 누각에 단 '트바로티 집' 현판과 김호중 사진 등을 철거했다. 또 김천시는 지난 2021년 2억 원을 들여 '김호중 길'을 조성했지만, 비난 여론이 이어지면서 철거 요구가 쇄도하는 중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