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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팬들이 기립박수를 쳐주셨다. 그때 '오늘 내가 잘 던졌구나' 생각?다. 소름돋았다."
투수 변신 이래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95개)였다. 7회 등판도, 투구수 90개를 넘긴 것도 2군에서조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삼진 4개는 덤.
투수는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제구과 멘털관리 능력을 포함한 커맨드가 최우선이다. 구속은 최고 144㎞로 빠르지 않지만, 직구와 포크볼부터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으로 정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승리를 따낸 나균안이 그 좋은 예다.
나균안으로선 2020년 4월 22일, NC 다이노스와의 2군 연습경기를 통해 투수로 첫 선을 보인 이래 405일만의 1군 무대 승리다. 이날 최고 156㎞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키움 안우진과의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 후 히어로 인터뷰에 임한 나균안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있었다. 나균안은 "너무 행복하다. 제가 잘 던져서 팀이 승리했다는 게 너무 좋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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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엔 1~3회 연속 주자가 출루하는 등 고전했지만 잘 이겨냈다. 3회 김혜성의 2루 도루를 저지한 뒤론 11타자 연속 범타의 호투를 이어갔다.
이날 마운드를 내려가는 나균안에겐 고척 원정에 나선 롯데 팬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나균안은 "소름돋았다'는 한 마디로 당시의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몸상태는 지금도 좋다. 앞으로 100구 이상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마운드 있을 때는 7회 마무리가 욕심났는데, 내려오고 나니 (서)준원이가 힘있게 잘 막아줬다. 힘이 빠진 상태였다. 내가 던졌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며 멋적게 미소지었다.
흔히 포수 출신 투수의 장점은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파괴력 있는 직구다. 하지만 두뇌파 투수인 나균안은 "카운트 싸움이나 타자와의 승부에 유리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 1군 포수로 뛴 덕분에 강화된 멘털은 확실히 도움된다"면서 웃었다.
이어 "개명 효과라는 생각은 안 든다. (오늘 승리는)투수 전향하고 나서 남들보다 더 많이 던지고 연습한 덕분이다. 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야구인생 평생 포수를 해왔다. 그래서 투수로 전향할 때 부모님이 많이 아쉬워하셨다. 힘들고 방황할 때 아내가 힘이 돼줬고, 장인 장모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결혼 효과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이날 고비 때마다 야수들의 호수비가 돋보였다. 나균안은 "4회 마차도의 다이빙캐치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 덕분에 7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고 특별한 감사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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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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