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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마지막 넘지 못한 일본, 하지만 실력으로 볼돌리기 오명 지웠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03 05:09


ⓒAFPBBNews = News1

5일 전이었다.

일본은 전 세계의 지탄을 받았다. 일본은 28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대1로 패했다. 1승1무1패가 된 일본은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문제는 경기 내용이었다. 일본은 후반 14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반대쪽 경기에서 희소식이 들렸다. 세네갈과 붙던 콜롬비아가 후반 29분 1-0으로 앞서나갔다. 일본과 세네갈은 승점, 골득실, 다득점, 승자승까지 같았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일본이 앞섰다.

일본의 선택은 볼돌리기였다. 세네갈이 골을 넣으면 모든게 무용지물이었지만, 일본은 계속해서 볼을 돌렸다. 남은 시간 경기를 포기한채 볼을 돌리며 시간을 떼웠다. 경기장 곳곳에서 야유가 쏟아져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일본의 선택은 성공했다. 두 경기장 모두 그대로 경기가 끝나며, 일본이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아무도 반기지 않았다. "월드컵을 오염시켰다", "팬들에 대한 기만행위", "추한 16강"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네갈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일본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팬들 조차 '부끄러운 승리'라고 했다.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나의 지시였다. 16강 진출이 더 중요했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올라간 16강전 상대는 벨기에였다. 벨기에에는 에당 아자르(첼시), 케빈 더 브라이너(맨시티), 로멜루 루카쿠(맨유) 등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황금세대로 불리며 월드컵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이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쏠리는 승부였다. 공교롭게도 심판 마저 세네갈 출신이었다. 여러모로 일본에 불리한 승부였다.

하지만 일본은 실력으로 모든 것을 넘었다. 일본은 3일 오전 3시 러시아 로스토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대회 16강전에서 2대3으로 역전패했다. 사상 첫 8강 문턱에서 무너졌지만, 일본과 아시아축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일본은 벨기에와 대등하게 싸웠다. 초반부터 물러거지 않았다. 일본식 패싱게임을 앞세워 강하게 밀어붙였다. 벨기에는 당황했다. 전반 20분부터 벨기에가 주도권을 잡았지만, 일본은 안정된 수비 후 정확한 역습으로 맞섰다. 후반 일본이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3분 역습 상황에서 스루패스를 받은 하라구치가 베르통언의 실수를 묶어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7분에는 가가와의 패스를 받은 이누이가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대이변이 예상됐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19분 샤들리와 펠라이니를 투입하며 높이와 스피드를 강화한 벨기에는 무서웠다. 24분 코너킥 상황에서 베르통언에 행운 섞인 추격골을 내준데 이어, 29분에는 펠라이니에게 머리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일본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마구치와 혼다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실제 일본은 혼다가 두차례 결정적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연장이 예상되던 경기는 종료 휘슬을 30초 남긴 후반 48분 결정됐다. 역습에 나선 벨기에가 샤들리의 극적인 극장골로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일본 선수들은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일본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 이번 대회에 나섰다. 불과 2개월전 3년간 팀을 이끈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경질됐다. 니시노 감독이 부임하고, 올드보이들이 대거 돌아오며 '아저씨 재팬'이라는 비아냥도 받았다. 하지만 일본은 실력으로 위기를 넘겼다. 콜롬비아전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2대1 승리를 챙긴데 이어 세네갈전에서도 비겼다. 모두의 손가락질 속에 오른 16강, 하지만 벨기에를 상대로 선전을 펼치며 스스로 볼돌리기의 오명을 씻는데 성공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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